울산의 서부권 시외 나들목인 언양시외버스터미널이 결국 폐쇄됐다. 울산시는 1일 임시터미널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첫날부터 원활한 운영을 기대할 수는 없겠으나 혼돈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임시터미널 운영에 따른 울산시·울주군 측의 준비가 미흡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터미널 패쇄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바람에 시간이 부족해 시설이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서비스 인력을 대거 투입해서라도 이용자들의 불편이 없도록 했어야 한다.

이날 터미널을 찾은 많은 사람들은 무거운 물건을 들고 헛걸음을 해야 했다. 더구나 언양시외버스터미널은 농촌지역에 자리한 만큼 이용자들 가운데 노약자들의 비중이 많은 곳이다. 그들은 정보 소외계층일 뿐 아니라 신체적으로 이동에 많은 불편을 겪는 세대다. 혼란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이용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강구하지 않고 달랑 1명의 직원이 15일동안 안내를 맡기로 한 것은 상황인식이 너무 안일했다고 밖에 달리 할말이 없다.

버스 운전기사들의 혼란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터미널이 복잡해져 안전운전이 어려운데다 안내표지 부실에 따른 이용객들의 문의를 소화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 운전기사들의 하소연이다. 이는 운전기사들의 피로도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친절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을 말할 것도 없고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시스템을 갖추기 전까지는 노선안내 등을 대신해줄 인력을 배치해서 기사들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큰 피해는 터미널 상가 임대업자들에게 닥쳤다. 시외버스 이용객들의 북적대는 것을 예상하고 식당 등을 계약, 운영하는 사람들은 갑작스런 터미널 이전으로 생계가 막막해졌다. 터미널 패쇄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터미널운영자인 가현산업개발이 지난 9월 중순 현수막을 내걸면서부터다. 한달 보름 남짓 밖에 안됐다. 물론 터미널 회사 측과 식당 운영자간의 개인적인 계약이므로 울산시나 울주군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하지만 터미널이 갖고 있는 공공성이 전제돼 있었는만큼 조정에 나서야 한다. 터미널 패쇄의 근본적인 원인은 가현산업개발측에 있지만 사태가 이렇게 되도록 방치한 울산시의 잘못도 크다.

임시터미널은 적어도 1년 이상 운영돼야 할 형편이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임시터미널의 문제점을 발빠르게 파악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임시시설이라고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시외버스터미널은 지역주민들에 대한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복지시설일 뿐아니라 도시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관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