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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기획특집문화관광해설사의 비망록-울산여지승람
[문화관광해설사의 비망록-울산여지승람]만병 치유 ‘약사여래불’ 왼손의 약병 떨어져나가고 흔적만 남아54)어물동마애여래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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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2  22: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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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물동 마애여래좌상은 1972년 경상남도 지방유형문화재 제47호로 지정됐다가 1997년10월 9일 울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6호로 변경되었다.

어물동 살던 노파 꿈에 나타난 부처
생생한 꿈 덕에 삼존불상 찾아내
병 고쳐주고 번뇌 없애주는 약사여래
일광·월광보살이 좌우서 협시
화강암 아닌 사암에 새겨져 많이 훼손
치유란 마음에서 오는 경우 많아
‘엄마 손은 약손’ 주문처럼 외워보길


예전 어물동에 김불불이라는 노파가 살았다. 어느 날 꿈에 부처가 나타나 “내가 지금 비바람을 맞고 있으니 덮어다오. 나는 동쪽 십리에 있느니라”라고 했다. 꿈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생생해 가족들과 함께 찾아보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평소 마을 사람들이 무심코 불러온 부체봉 방바우가 예사롭지 않아 부체봉 방바위 주위를 찾아보자고 했다. 한참을 살펴보니 바닥에 기와조각과 토기조각들이 흩어져 있고 돌담장과 넝쿨을 뒤집어쓴 아주 커다란 바위가 보였다. 아무래도 여기가 절터인 듯하여 유심히 살펴보니 삼존불상이 바로 그곳에 계셨다고 한다.

그곳을 향해 31번 국도를 타고 강동으로 접어들었다. 시원스럽게 뚫린 6차선 도로는 곧장 동해바다를 향하고 산과 산이 맞닿은 공간에 찰랑찰랑 바닷물이 일렁이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그 비경은 한 점의 명화가 되어 기억 속에 아로 새겨졌다. 풍경을 마주한 채 황토전 마을로 길머리를 돌리니 누렇게 익은 벼이삭 사이로 반짝이는 허수아비들이 보였다. 얇은 셀로판지로 만든 허수아비는 햇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고 바람의 작은 손짓에도 과장되게 몸을 흔들어댔다. 연이어 곱게 물든 감나무 풍경으로 갈무리되어 소담스럽게 영글은 감나무들은 완연해지는 가을의 정취에 취하기 충분했다.

   
 

넓은 부지에 마련되어 한결 여유를 더해주는 주차장을 지나 돌계단을 올라가 드디어 커다란 바위에 조각된 부처님과 마주했다. 어물동 마애여래좌상은 1972년 경상남도 지방유형문화재 제47호로 지정되었다가 1997년10월 9일 울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6호로 변경되었다. 제작 시기는 통일신라시대로 추정되며 본존불의 높이는 5m, 너비 3.5m이며 좌우협시보살은 3.5m의 높이에 1m정도의 너비로 이루어져 있다. 크기에 압도되어 절로 경건한 자세로 우러러 보게 되었다.

본디 마애란 자연암벽에 새긴 글자나 그림을 뜻하며 부처의 10가지 이름 중 하나를 일컬어 여래라고 한다. 즉 마애여래좌상이란 암벽에 조각된 부처의 앉아 있는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왼손에 있어야할 약병이 떨어져 나가고 그 흔적만 남아있지만 본존불은 약사여래불로 알려져 있다. 약사여래는 만병을 치유하고, 온갖 번뇌를 없애주며 나아가 모르는 병까지 고쳐주는 등 인간생활 전반에 이익을 주는 부처이다. 그래서 대의왕불이라 부르기도 하며 현세에 이익적이고 주술적인 성격이 강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널리 신봉되어 대중들 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누군가의 손길로 마련된 자리를 빌려 눈동냥으로 배운 절을 해보았다. 한 번 두 번 거듭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바람은 더 절실해지고 몰입하는 마큼 마음은 편해져갔다.

요즘같이 급속히 변하는 사회 속에서 마음 둘 곳 없는 이들에게 수천 년 동안 이곳을 지키며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는 약사불이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비록 불교 신자가 아닐지라도 가족의 건강이나 안녕을 빌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지니 말이다.

기도를 끝낸 후 올려다 본 본존불은 눈, 코, 입 등이 심하게 마멸되어 얼굴표정을 자세히 살피기 어려웠다. 다만 얼굴전체의 윤곽이 직육면체이며 양 볼과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남아 있었다. 양귀는 늘어져 어깨에 닿았고 목에는 삼도를 뚜렷하게 조각하였다. 삼존불의 모습이 많이 훼손된 이유는 세월의 탓도 있지만 바위의 재질이 단단한 화강암이 아니라 모래가 많이 섞인 사암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본존불 왼편에 일광보살, 오른편에 월광보살이 좌우에서 약사불을 모시고 있다. 약사불을 수호하고 중생을 보살피는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은 협시보살로서 머리에 보관을 썼으며 보관 위로는 원형의 장식이 있다. 이 보주형 장식 안에 일상(日像)과 월상(月像)을 표현한 것으로 짐작된다.

자료에 의하면 일광과 월광보살이 좌우에서 협시하고 있는 약사삼존불로 동시기의 상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착의법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801년경 경상남도 함안군 군북면 하림리의 방어산마애불(防禦山磨崖佛, 보물 제159호)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점이나 시기적으로 비슷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현존하는 울산지역 불교조각 중에 어물동 마애불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클 뿐 아니라 그에 관한 연구는 울산지역의 불상양식과 도상을 나아가 이를 통한 사상적 배경까지 밝힐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마애불이 자리한 뒤편으로 기암괴석들이 광배처럼 둘러쳐져 있어 한층 영험한 기운을 내뿜어 준다. 그 바위들 사이에 남자어른의 발 크기만 한 부처의 족적이 오른쪽 아래 부분에 프린팅된 것처럼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부처의 족적은 당연히 크리라는 선입견이 오히려 방해가 되어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삼존불을 뵙고 그 옆에 아그락돌할매께 들렸다. 아그락돌할매는 자신의 소원을 말하며 작은 윗돌을 밀거나 당기는데 소원을 들어주면 돌이 움직이지 않는다. 아그락돌할매의 깊게 패인 자국은 수백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었으며 그 간절함이 자국마다 베여 있음을 말해 준다. 심호흡을 하고 정신을 가다듬어 돌을 밀었다 당겼다 한참을 해보았지만 차마 들어볼 용기가 없어 그냥 손을 떼고 말았다.

   
▲ 장현 울산시문화관광해설사

마침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에게 자리를 내주고 백팔번뇌의 계단이라 이름 붙여진 계단을 밟으며 위로 올라갔다. 등 뒤에서 까르르 웃는 아이에게 쉿하며 속삭이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어릴 때 배를 만져주시며 “엄마 손은 약손 아기 배는 똥배~”라며 읊조리듯 불러주시던 일이 생각났다. 그러면 스르르 잠이 들고 잠에서 깨면 거짓말처럼 멀쩡해지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어머니는 아이에게 훌륭한 의사이자 약사임에 분명하다. 과학이 발달되고 의학이 발달되면서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데이터에 의존하지만 치유란 마음에서 오는 경우가 더 많다.

때로 외롭고 지칠 때 마법의 주문을 외워보자 “엄마 손은 약손 아기 배는 똥배~” 가족이야말로 삶의 아픔을 치유해 주고 무게를 견디게 해주는 힘이 될 것이다.

장현 울산시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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