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사회부기자

최근 울산석유화학단지에서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아찔한 사고가 잇따랐다. 정기보수공사 중인 사업장에서 또는 1년여 동안 가동되지 않던 사업장에서 폭발·누출·화재사고가 연이어 터진 것이다.

산업현장에선 산업재해로 인한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가 29명,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을 것이라는 논리인 하인리히의 법칙이 자주 이야기된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했다는 점을 산업재해 사례 분석을 통해 하인리히가 발견한 것이다.

지난주 울산 남구 상개동 롯데케미칼 1공장에서 발생한 폭발·화재사고로 근로자 5명이 중상을, 5명이 경상을 입었다. 부상자들은 사고 당시 상황을 얘기하기 힘들 정도의 부상을 입어 경찰이 원인 조사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또 남구 여천동에 위치한 화학물질 제조·판매업체 에스엠피(SMP)에서 유독성 물질이 누출되는 사고도 있었고, 같은 날 남구 상개동 한화케미칼 울산1공장에서 PVC 원료인 VCM 누출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 폭발·화재사고를 하인리히의 법칙에 그대로 적용해보면 이와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가 145명, 잠재적 부상자가 1500명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다행히 에스엠피와 한화케미칼에선 이번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미 사고 징후가 있었을 수도, 발생할 수도 있는 셈이다.

전국에서 노후도가 가장 심한 울산석유화학단지는 각종 산업재해사고에 취약한데다 대형사고가 발생한 경우도 많다보니 작은 사고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유독물질 취급량이 많다보니 산재사고에 대한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게 현실이다. 이번 사고를 단순히 특정 기업에서만 발생한 것으로 볼게 아니라 인근 또는 유사업종 사업장 등도 다시 한번 안전 설비에 미진한 부분이 없는지 등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하인리히의 법칙을 꼭 기억하며.

이왕수 사회부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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