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대 울산녹색포럼 대표

동해남부선(포항~울산~부산) 철도 복선화사업이 한창이다. 복선화는 단선이던 선로를 하나 더 깔아 열차의 상하행선을 구분해 단선으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는 사업이다. 복선화는 단순히 선로를 하나 더하는 것이 아니라 구불구불한 선로를 직선화해 통행시간을 단축한다. 이런 사업특성상 폐선 유휴부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폐선 유휴부지가 발생하면 활용방안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다양한 의견 제시와 토론으로 합의를 이루었을때 보다 좋은 활용방안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합의를 거쳐 성공한 예는 많다. 가까이는 청도 와인터널을 비롯해 광주 푸른길공원,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서울 경의선숲길 그리고 해외의 뉴욕 하이라이크파크 등을 들 수 있다. 수명을 마친 철도부지와 부속시설을 활용해 자연경관을 훼손시키지 않는 최소한의 개발을 통해 시민휴식처는 물론 관광명소로 탈바꿈시켜 성공한 모델이다. 이 모델들의 공통된 특징은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토의를 거쳐 지역의 특색을 살려 지역민의 사랑은 물론 관광브랜드화했다는 점이다.

현재 동해남부선 폐선 유휴지 활용방안은 도시마다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부산시는 우동역~미포, 송정역~동부산관광단지 6.8㎞, 포항시는 2015년부터 효자역~포항역 3.7㎞ 폐선 유휴부지에 공원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울산시는 2019년말 준공 예정으로 2020년부터 유휴부지 활용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타 시에 비해 늦은 감은 있으나 지금부터 구체적인 논의와 합의를 거치면 훨씬 나은 활용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본다.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동해남부선 복선화 사업으로 인해 약 29.4㎞ 규모의 폐선 유휴부지가 발생한다. 울산은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 혹자는 폐선부지에 레일바이크를 만들고 그 옆에 산책로를 조성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타 지역에서 레일바이크로 성공한 예를 들어 울산에도 이를 벤치마킹하자고 한다. 그런데 그 지역은 나름 레일바이크에 어울리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삼척의 레일바이크는 동해의 절경을 볼 수 있고, 곡성의 레일바이크는 한가하게 흐르는 섬진강의 맑은 물을 볼 수 있다.

만약 울산에 레일바이크를 설치한다면 어떻게 될까? 소음으로 인해 산책로를 걷는 시민들에게 힐링이 아니라 불쾌지수만 높여 줄 것이다. 또한 탁 트인 경관을 볼 수 없어 이용자도 적을 것이다. 그러므로 폐선 유휴지 활용은 지역 환경과 어울려야 하며, 이런 점에서 울산은 도시공원화 사업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울산의 폐선 유휴지의 도시공원화 사업은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 철도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다. 철도는 선형의 공간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시공간을 모두 아우르는 시설은 인조시설보다는 자연녹지와 자연친화적인 공원을 조성한 것이 도시계획의 유연성 측면이나 시민여론의 수용 면에서 보다 합리적이라고 본다. 둘째 철도 인근 주민들에게 보상할 수 있다. 그동안 인근 주민들은 많은 불편을 감내하며 살아왔다. 도시공원화가 이루어지면 주변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철도변의 허름한 집들이 깔끔한 카페 등으로 변신해 지역경제에도 기여할 것이다. 셋째 공원을 조성할 때 경관 위주가 아닌 생태중심으로 조성해 시민들이 참여함으로써 시민공원을 만들 수 있다. 공원의 일부를 텃밭으로 만들어 시민들이 무공해 채소를 가꾼다면 울산의 이미지 변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도시공원화 사업에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 그 중에 가장 큰 어려움은 부지사용과 공원조성비이다. 그 동안 지자체에서는 주민피해와 재원부족 등을 내세워 중앙정부에서 부지 무상사용은 물론, 조성사업비까지 부담해 주기를 요청하고 있으나, 이를 관철시킬 수 있는 제도적근거가 없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법률제정이 필요하다. 최근 울산·포항·경주 해오름동맹은 황금의 삼각 대도시권 구현을 비전으로 선포하고 다양한 공동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그 중 동해남부선 철도 폐선부지의 활용에 대해서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의견을 모으고 있으며, 울산시에서도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활용방안을 위한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개발논리보다는 시민들의 여론과 울산의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여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로 발전하는 초석이 되길 희망한다.

김성대 울산녹색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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