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그림 이상열

태왕은 큰 전쟁을 앞두고 성욕이 맹수처럼 맹렬하게 일었다.

“오늘밤 당신과 마지막 밤인 것 같구려.”

“왜요? 전쟁의 신이신 당신이 마치 죽을 듯이 말씀하시는군요. 모용성이 두려운 건가요?”

백제의 아신왕은 사나운 맹견이지만 강적인 태왕을 알아보고 꼬리를 사타구니에 넣고 굴복할 때 굴복할 줄 안다. 이번 전쟁에서도 태왕에 맞서지 않고 대가야와 소백산맥 이서의 가야 6국을 먹고 물러날 줄 알았다.

그러나 모용성은 성격이 승냥이처럼 사나워 자신을 위해 충성을 바친 공신과 종친들조차 낫으로 풀을 베듯 무수히 처형했다. 복수심과 앙심이 강해 죽일 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죽였다. 모용성은 아버지 모용보가 난왕에게 죽은 것을 복수하기 위해 난왕의 부하로 들어가 충성을 다했다. 난왕의 신임을 얻은 그는 난왕과 그의 형제를 이간질해 분열시킨 뒤 힘이 빠진 난왕을 공격해 끝내 난왕을 죽이고, 그의 형제와 처자식까지 모조리 잡아 죽였다. 모용성은 난왕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던 태왕을 호시탐탐 노리다가 태왕의 남정을 기화로 고구려를 공격하여 신성과 남소성을 함락하고 고구려 땅에 칠백 리까지 들어와 있었다.

“난 모용성보다 당신이 더 두려워.”

도수가 높은 주귀의 술맛은 삽싸름하면서도 강인했다. 그녀의 입술과 혓바닥이 감아주는 뱀같은 자극이 등줄기를 서늘하게 훑어갔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연약한 아녀자를 두려워하다니.”

“모용성은 분명한 나의 적이야. 적인 것을 알면 싸워서 베어 죽이면 그만이야. 하지만 가야의 왕비였던 당신은 아직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어. 그러니 두려울 수밖에.”

“실성군이 신라에 임금으로 내려 보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저희 모자를 가야로 내려 보내는 게 두려운 거죠? 오늘밤 저와 마지막 밤이라는 것도 내일이면 저와 꺽감을 가야로 보내시겠다는 말씀이시죠?”

“그래, 정말 가야로 내려가고 싶은가?”

여옥은 태왕의 근을 입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예, 폐하. 아들과 함께 고향의 하늘 아래 살고 싶습니다.”

“가야의 산천이 고구려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인가?”

여옥의 입안에서 태왕의 늘어졌던 근의 힘줄이 돋고 피가 몰렸다. 태왕은 여옥을 엎드리게 한 후 주귀의 남은 술을 여옥의 등에 부었다. 그녀의 몸에서 향기롭고 알싸한 술향이 뿜어나왔다. 태왕은 검붉은 근을 달빛에 반짝이는 탄력 있는 엉덩이 골 사이로 밀어 넣었다.

여옥이 앓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아, 폐하. 어찌 백제에 짓밟힌 땅이 아름답겠습니까. 목만치에게 잃은 가야의 산천을 반드시 찾아 태왕께 바치겠나이다.”

태왕이 뒤에서 움직이자 그녀의 젖꼭지에 매달린 술방울이 흔들리며 방울방울 떨어졌다.

 

우리말 어원연구
임금. 【S】nimekam(니메캄), king, ‘신랑감’ ‘옷감’의 ‘~감’은 여기서 나온 것으로 모두 머리, 왕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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