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령 울산시의원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을이 참 좋다. 우리나라 가을은 온 천지가 축복의 공간이나 다름없다. 지난 여름이 너무나 뜨겁고 무더워서 그런지 올 가을은 유난히도 더 그런 것 같다. ‘가을은 참 예쁘다’라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가을 한복판에서 숨쉬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코스모스 바람을 친구라 부르고, 흰 구름이 반가워 새하얀 미소를 짓는 것이 우리나라의 가을이다. 이 보다 더 좋은 계절은 없을 것이다. 산은 울긋불긋 단풍으로 새 옷을 갈아입고, 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낙엽을 밟으면서 깊은 사색을 즐길 수 있으니 가을은 봄 여름 겨울을 합친 것보다 좋다는 생각이 든다.

바늘 한 땀 들어갈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가을에는 넉넉함과 풍요로움이 충만하다. 겨울을 앞두고 가을이 들어선 절기의 절묘함에 새삼 감탄한다. 겨울을 준비하고 대비하기 위해 가을에는 수확을 한다. 농작물이든 무엇이든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깊어 가는 이 가을 나는 무엇을 준비하고 대비하기 위해 어떤 것을 수확해야 하는 지 생각이 많아진다.

육십 평생을 더 살아왔으니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에 비추어보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이다. 물론 의술의 발달로 100세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분명 겨울을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시간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아직도 못다한 일들이 많다.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가장 먼저 책을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는 것이다.

얼마 전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행태에 관한 기사였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한국인의 생활시간 변화상’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독서시간은 단 6분에 불과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2015년 펴낸 ‘국민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65.3%에 머물러 직전 조사보다 6.1% 낮은 수치였다.

갈수록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으며, 책을 읽는 시간도 턱없이 적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서점들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으며, 동네 서점은 눈을 씻고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지혜의 보고, 지식의 창고라는 서점은 추억의 장소, 기억속의 역사가 되고 있다.

오죽하면 지역 서점의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부 시도의회에서는 조례를 제정하여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의 확장에 따른 환경의 변화에 기인한 동네 서점의 몰락이라고는 하지만, 동네 서점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과 정성은 우리 울산도 벤치마킹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지만 도서관이 책을 읽고 복합적인 문화서비스를 향유하는 공간으로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알찬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도서관 건립은 분명 필요한 사업이지만, 알맹이 없이 요란한 겉포장과 치장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로서 온전히 이름값을 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스스로 책을 읽으려는 노력도 있어야 하지만, 책을 잃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책을 잃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그런 점에서 울산 혁신도시에 입주한 한 기업체에서 오래전부터 ‘CEO와 함께하는 다독다독 독서 간담회’를 정례적으로 열어 책을 읽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직급별로 주제를 정해 그에 걸맞은 전문가를 초빙하여 함께 독서 간담회를 하다보면 새로운 지식과 정보도 습득하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새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각급 학교는 물론이고 많은 기관과 기업들이 독서를 권장하고, 인문학을 경영에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은 반길만하다. 필자도 시의회 의원의 한사람으로써 지역사회에 책 읽는 문화, 책 읽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마음의 양식인 책과 함께 하는 멋진 가을날이 되길 기대한다.

허령 울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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