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는 상대에 대한 정확한 분석 필요
자존심보다 실리를 찾는 정상외교로
북핵등 산적한 현안 절묘한 해법 찾길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늘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물론 이번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한국, 중국을 거쳐 베트남에서 11일에 개최되는 아·태 경제협력회의(APEC)에 참석하는 일정 중에 개최되는 정상회담이어서 북핵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중요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래 외교정책이 지금처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 때는 없었다. 정권이 바뀌면 외교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뭐 그리 대수로운 것이겠는가? 그래봤자 동북아 국제정세의 지형을 바꿀 능력이 현재 대한민국에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의 현실이다. 그런데 외교에서 뭔가 되는 양 하다 보니 이렇게 저렇게 실수가 나오고 그것 때문에 호된 대가를 치르게 되니 걱정이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10월 31일 양국이 그동안 사드(THAAD) 문제로 불거진 갈등을 해소하기로 한 합의를 발표했다. 이번 한·중 합의에는 한국이 사드미사일을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계에 들어가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3불 원칙’이 들어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문제는 즉각적으로 한국 정치에서도, 미국 조야에서도 비판적 목소리를 크게 불러왔다. 특히 허버트 맥매스터(H. McMaster)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한국이 세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문제는 이 논평이 나온지 몇 시간 만에 문재인 대통령이 ‘균형외교’의 방침을 밝힌 것이다.

한국 외교의 총사령관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의 외교방향을 밝히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외교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어렵다. 그 상대의 능력과 의도에 대하여 얼마나 많은 정보와 정확한 분석을 가지고 있는가가 늘 문제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번째 국빈방문을 앞두고 중국과 ‘3불’이나 ‘균형외교’를 꼭 합의하거나 언급했어야 했는지 생각해 볼 대목이다. 특히 ‘균형’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그 맥락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노무현 정부 때 절감하지 않았는가.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북한문제에 대한 확실한 보장도 없이 너무 많은 것을 너무 쉽게 내주었다는 비판을 받기 쉬운 상황이다. 분명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것인데, 사드 추가배치가 절대로 필요한 상황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가 외통수에 걸릴 가능성이 큰 거래였다.

이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이 임박했다. 북한 핵과 미사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방위비 분담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여기서 더 이상의 악수를 두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먼저 한·미 동맹의 절대필요성과 대체불가성을 강조하면서, 자존심보다는 실리를 찾는 정상외교를 해야 한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전술핵 재배치에 대하여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 미국의 확장억지에 대한 보다 확실한 보장을 받아내야 한다. 지금까지는 구두 약속 또는 보장에 불과했지만 문서화된 보장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굳이 ‘3불’이나 ‘균형외교’가 문제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위대한 동맹으로 가는 결정적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이는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의 능력과 의지를 냉철하게 평가하고 가용한 자원을 동원하여 최선을 다하여 임할 때 달성될 수 있는 목표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전을 기대한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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