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미국 전역에 있는 모든 스타벅스 매장의 문을 닫읍시다. 머신에서 에스프레소를 뽑는 방법부터 우유 거품을 내는 것, 그리고 손님에 대한 응대 서비스까지 기본적인 바리스타 교육을 다시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뭐라고요? 사장님, 미 전역의 7000개가 넘는 매장의 문을 하루 동안 닫는다면 그 손실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현재 최악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고민해 주십시오.”

“아닙니다. 저는 앞으로도 기본 교육을 위한 콘퍼런스에 직원들을 참여시킬 것입니다.”

2008년. 언제나 승승장구할 것 같던 세계 최대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에도 위기가 왔다. 구원투수로 스타벅스를 세계적인 커피전문점으로 만든 하워드 슐츠를 다시 CEO로 불렀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이전에 시애틀의 작은 커피전문점을 인수하여 세계적인 커피전문점으로 키웠듯 혁신적 아이디어로 스타벅스를 바꿀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슐츠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투입하기보단 기본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게 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슐츠의 이 선택이 스타벅스가 위기를 딛고 일어서는데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초심을 잃고 몸집 불리기에 급급했던 스타벅스에 슐츠는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초·기본은 어디서나 중요하다. 학교나 기업, 사회 등 모든 곳에서도 기초·기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것들보다 우선순위에 밀리곤 한다.

지난 10월 27~29일 울산과학관 및 울산교육연구정보원 일대에서 ‘시교육청 승격 20주년 기념 울산교육박람회’가 개최되었다. ‘꿈과 끼를 살리는 울산, 행복교육을 노래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박람회는 희망과 감동의 울산교육 20년의 교육성과를 공유하며 큰 규모로 이루어졌다. 필자 또한 SW교육선도학교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제3관 과학정보 기술관 SW·코딩·휴머노이드 로봇 부스를 운영하면서 박람회에 참여했다.

사실 이번 박람회를 준비하면서 너무나 힘들었다. 몸살감기에 쏟아지는 업무 속에서 혼자 아이들을 다독이며 재료를 준비하는 것이 지치기도 하였다. 박람회 마지막 날 직원 여행 답사를 마치고 이미 해가 진 행사장에 도착하자 빈 테이블들만 있었다. 보도블록 하나에 아무렇게나 쪼그리고 앉아 텅 빈 테이블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열정 가득했던 시절 차도 없이 아이들과 함께 이고 지며 부스를 운영하던 때도 있었는데 그때는 힘들어도 마냥 좋기만 했었다. 무엇을 바라거나 알아주지 않더라도 누군가 찾아와서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때가 있었다. 그에 반해 교직생활에 익숙해진 지금 힘들고 어렵다는 핑계로 열정이 많이 식은 건 아닌지, 초심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울산교육도 마찬가지였음 한다. 우리의 20년 교육에 대해 서로 다독여 주고 칭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기를 기대한다. 교육의 기본은 아이들이다. 수많은 교육사업과 정책들의 중심에 아이들의 희망과 감동이 있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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