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차례 우주 비행 떠나 316시간 체류…“달에 갈 때 같이 가고 싶은 사람”

▲ 지난 6일 별세한 우주비행사 리처드 고든.

달 탐사선 아폴로 12호의 우주비행사 리처드 고든 주니어가 사망했다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7일 발표했다. 향년 88세.

AP통신에 따르면 고든은 전날 캘리포니아주 샌 마르코스의 자택에서 숨졌다.

NASA의 로버트 라이티풋 행정관은 성명을 내고 “고든은 스스로의 도전을 통해 국가의 역량을 확대한, 미국에서 가장 용감한 비행사 중 한명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애도했다.

시애틀 태생인 고든은 원래 해군 대령이자 화학자였으며 1963년 NASA에 제3기 우주비행사로 선발되면서 우주비행사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1966년 제미니 11호를 타고 두차례 우주 유영을 했으며 1969년에는 아폴로 12호를 타고 달 궤도를 돌았다.

두번의 비행을 통해 고든은 총 316시간을 우주공간에 머물렀다.

아폴로 12호를 타고 간 두번째 비행에선 함께 탑승한 우주비행사 앨런 빈과 찰스 콘래드는 달 착륙선을 타고 가 달 표면을 걸어보는데 성공했지만 조종사였던 고든은 사령선에 남아 있어야 해 달을 걷고 싶다는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 우주비행사 리처드 고든의 2009년 모습.

그는 우주비행사로 활약하던 시절 강심장으로 유명했다.

두번째 우주 유영에선 휴식시간 중 잠드는가 하면 아폴로 12호가 이륙 때 번개를 맞아 기체에 이상이 생겼을 때도 대범하게 대처했다.

다행히 보조배터리가 작동해 승무원들은 무사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그는 1997년 남긴 구술기록에서 다른 동료들이 달 표면을 걸을 때 혼자 남겨져 외롭지 않았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 이 사람들은 안다면 혼자여서 행복해 했을 것”이라며 남다른 유머감각도 내비쳤다.

또 달 탐사를 마친 동료들이 탄 달탐사선이 돌아와 사령선에 도킹하던 순간을 회고하며 “(달탐사선 안에) 검은 연기만 보이길래 ’내 깨끗한 사령선을 더럽히려면 이쪽으로 못들어온다‘고 말하자 동료들이 달에서 채취한 표본을 넘겨준채 속옷까지 벗더라”라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당시의 경험을 “말할 필요도 없고,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기쁘게 하겠다며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다. 해야 하거나 성취할 일도 없는 고독의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우주 유영 때 잠든 에피소드에 대해선 “(우주공간이) 너무 좋고 따뜻하며 포근해서”라고 말했다.

고든은 아폴로 18호 사령관으로 임명됐으나 예산 문제로 발사 계획이 취소되면서 더는 우주로 가보지 못했다.

1972년 NASA에서 은퇴한 뒤로는 뉴얼리언스 세인츠 미식축구팀의 부사장으로 일했다.

아폴로 12호에 동승했던 동료 빈은 “그는 멋진 남자였다”며 “달에 간다고 할 때 같이 가고 싶은 그런 사람”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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