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쌍두봉

▲ 입 다물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경관은 덤두봉은 삼계리 마을에서 올려다보면 두 개의 봉우리가 마치 쌍둥이처럼 붙어있는 것 같이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진의 쌍두 1봉 꼭대기는 높이가 30m쯤 되는 바위 봉으로 직벽 형태이다.

선녀가 내려와 목욕했다는 나선폭포
승천하던 용의 꼬리가 변했다는 용미폭포
배가 넘어 다녔다는 배너미재
무술연마로 유명했던 황등산
갖가지 옛 이야기 품은 곳
높이 30여m 직벽 암릉길은 스릴만점

쌍두봉은 두 개의 봉우리가 마치 쌍둥이처럼 붙어있는 것 같다. 1봉 꼭대기는 높이가 30m쯤 되는 바위봉으로 직벽 형태이고, 2봉은 1봉에서 다소 떨어져있는 독립 봉(峰)이다. 쌍두봉은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산 애호가들은 이 신비로움이 산꾼들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또한 쌍두봉 동북방향 7부 능선에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용미폭포와 비선폭포가 숨어 있다. 상운산에서 쌍두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아름다운 단풍은 영남 최고의 단풍산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 경관이 뛰어나다.

▲ 나란히 보이는 쌍두 1봉과 2봉.

이번 산행은 석남사로 가는 길, 궁근정 삼거리에서 우회하여 청도방면 69번 지방도로를 이용한다. 곡예 운전하듯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고 돌아 운문령을 넘는다. 운문령은 해발 700m쯤 되는 고갯마루다. 운문산 자연휴양림을 지나 삼계리 마을에 도착한다. 물레방아가든과 칠성슈퍼를 지나면 왼쪽으로 황등산 천문사를 알리는 돌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은 삼계리 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천문사로 가는 길목 왼쪽에 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두 개의 거대한 암봉이 겹쳐 우뚝 솟은 쌍두봉을 볼 수 있다.

▲ 여름철 쌍두봉 용미폭포.

산행은 마을 옆 주차공간에서 시작된다. 배너미재와 삼계2봉에서 내려오는 물길이 합수되어 주변에는 아담한 펜션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천문사 돌담길을 돌아 왼쪽으로 이어지는 등로는 쌍두봉으로 향하는 길이고, 오른편 넓고 완만한 산길은 배너미재로 향하는 길이다. 오른쪽 길 초입은 완만하고 한적하다. 첫 번째 계곡을 건너면 빗물에 파인 돌자갈이 너부러져 너덜로 변한다. 곧이어 갈림길 옆으로 돌탑이 서 있다. 직진하면 배너미재로 향하는 등로이고 나선폭포는 오른쪽 방향이다. 이곳에서 나선폭포는 5분 거리에 있다.

▲ 가을철 나선폭포 경관.

나선폭포는 높이40m, 폭이30m의 이단형태의 직폭이다. 옛날 이곳에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면 이곳에 있는 산신이 선녀를 호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여름 우기 때에는 지축을 흔드는 듯한 장엄한 물줄기가 수직으로 떨어져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고, 겨울철에는 빙벽등반지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건기 때에는 흐르는 물의 양이 적어 암벽을 연상하리만큼이나 초라한 모습이나 폭포주변의 오색단풍은 등산객들의 발길을 한참 머물게 한다.

폭포 오른쪽으로 희미하게 이어지는 등로가 눈에 띤다. 60~70도에 가까운 비탈길은 폭포 중간을 지나 상단으로 이어진다. 비탈길을 따라 20여분 오르면 비탈길은 완만한 등산길로 접어든다. 이때부터 산길은 점차 완만해진다. 20여분 뒤 첫 번째 전망대인 낙타바위에 올라선다. 낙타바위는 마치 낙타의 등처럼 생겼다. 낙타바위를 지나 왼쪽으로 5분 정도 가면 제법 너른 평평한 마당바위 전망대에 닿는다.

▲ 낙타바위 경관.

정면 쌍두봉과 그 뒤 상운산, 가지산과 가지산 북릉 등 영남알프스 주능선들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고개를 왼쪽으로 약간 돌리면 지룡산, 옹강산, 문복산, 학대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진행방향 산길을 따라 왼쪽 방향으로 직진하면 다시 비탈길이 이어진다. 10여분 뒤 삼계2봉 헬기장(807m)에 도착한다. 헬기장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지룡산으로 가는 등로이고, 왼쪽은 배너미재로 향하는 등로이다. 등로 주변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군데군데 고사해 있고, 불에 탄 곰 형상을 한 나무등걸을 지나면 갈림길이 있는 돌탑 삼거리에 도착한다. 여기서 오른쪽은 사리암 가는 길로 현재 폐쇄된 등로이고, 직진하면 배너미재 방향으로 향하는 등로이다. 이때부터 가파른 비탈길이 시작된다. 비탈길을 따라 10여분 내려서면 배너미재에 도착한다.

배너미재는 옛날 천지가 물에 잠겼을 때 바닷물이 이곳까지 넘어와 넘실댈 때 배가 넘어 다녔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배너미재는 산행 시 등로의 요충지라 할 정도로 많은 산 꾼들이 이곳을 경유한다. 이곳에서 오른쪽은 학심이골, 심심이골, 가지산북릉, 운문사 방향으로 이어지는 등로이고, 왼쪽은 천문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등로이다. 쌍두봉, 상운산으로 이어지는 등로는 진행 방향 직진이다. 시작 기점부터 약간의 가파른 등로가 이어진다. 비탈길과 바위들을 타고, 가파른 암벽을 오르기를 여러 차례. 또다른 암릉길이 기다린다. 두세군데 바위전망대를 지나고 20여분 뒤 학심이골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바위전망대에 올라서면 학심이골의 물소리가 가까이 들려온다. 가지산 쌀바위, 운문산, 억산의 경관과 왼쪽으로는 쌍두봉, 문복산, 옹강산, 삼계리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마치 한폭의 동양화처럼 이어지고 정면 1038m봉이 손에 잡힐 듯하다. 10여분 뒤 1038m봉에 올라선다. 이곳은 쌍두봉과 상운산, 운문산 자연휴양림으로 향하는 갈림길이다. 이곳 동쪽아래에는 용미폭포가 숨어있다. 용미폭포로 항하는 길목은 상운산 방면으로 10여분 거리에 있다.

용미폭포는 삼계리 남서쪽 쌍두봉 계곡(운문산 자연휴양림 700m 지점)에 높이 20여m의 장관을 이루는 폭포다. 폭포는 이곳 계곡에 천년을 살고 있던 늙은 백용 한 마리가 천년의 소원성취로 하늘로 승천하면서 힘에 겨운 나머지 바위에 걸쳐진 꼬리를 남긴 채 몸통만 승천하게 되어 걸쳐진 용꼬리가 폭포로 변했다하여 용미폭포(龍尾瀑佈)라 전해져 오고 있다.

쌍두봉으로 항하는 길로 내려선다. 쌍두봉(1봉)은 헬기장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다. 쌍두봉은 높이가 30m쯤 되는 암봉으로 직벽 형태다. 쌍두봉을 뒤에서 암봉으로 올라가는 것은 별 어려움이 없지만 내려가기가 더 힘들다. 쌍두봉(910m)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뛰어나다. 발아래에는 삼계리 마을과 신원천이 한눈에 들어오고 맞은편 학대산 능선이 손에 잡힐 듯 이어지며 지룡산, 가지산, 운문산, 억산, 옹강산, 문복산으로 이어지는 산 그리메는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환상 그자체이다.

이번 산행 중 쌍두봉 에서 바위를 타고 올라가고, 내려가는 30여m 암릉길이 가장 스릴 있고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등골이 오싹 할 정도로 아찔하다. 밧줄이 묶어져 있지만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자신이 없으면 암릉 직전 왼쪽으로 돌아가는 등로가 있으므로 그 길을 이용해도 된다.

이곳에서 쌍두 2봉까지는 암릉이 섞인 길로 약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2봉(850m)에서 황등산(669m):(최근에 붙여진 산 이름)까지는 20여분 거리로 김해 김씨 묘가 위치한 봉우리이기도 하다.

▲ 진희영 산악인·중앙농협 달동지점장

천문사 주지 무공 스님은 “쌍두봉이란 이름은 삼계리 주민들이 산이 생긴 모양을 본떠 지은 것이며, 쌍두봉 앞쪽의 절을 품은 산은 ‘황등산’”이라고 말한다. 이어 “황등산은 경주 남산 인근과 무주 등 우리나라에 단 3개뿐이고, 세 곳 모두 무술을 연마한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사 자료에는 이 일대에 옛부터 ‘오갑사’(五岬寺)가 있었다고 한다. 동쪽의 가슬갑사(嘉瑟岬寺), 서쪽의 대비갑사(大悲岬寺), 남쪽의 천문갑사(天門岬寺), 북쪽의 소보갑사(所寶岬寺), 그리고 중앙의 대작갑사(大鵲岬寺)가 있었다. 대작갑사(大鵲岬寺)와 대비갑사(大悲岬寺)는 지금의 운문사, 대비사이며 나머지 세 갑사는 모두 폐사되고 찾을 수 없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마지막 봉우리 황등산에서 천문사까지는 가파른 길이 연속된다. 돌자갈길과 너덜지대가 이어져 조심해야 한다. 이 곳에서 처음 출발지인 주차장은 30여분 거리에 있다. 진희영 산악인·중앙농협 달동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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