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울산의 물문제

동시 해결 위해선 정부의 용단 필요

물자원 해법, 국무조정실 조정력 기대

▲ 신형욱 사회부장
최근 1달여 사이 국보 제285호, 국내 문화재의 맏형이라고 불리는 반구대암각화 보존 방안을 두고 상반되는 두가지 소식이 들려왔다. 한가지는 문화재위원회가 울산시민의 주 식수원인 사연댐 수로 높이를 52m로 낮추고 수문을 만드는 방안, 사실상의 수위조절안을 권고한 것이다. 문화재위원회가 문화재의 보존·관리·활용을 위한 자문기관이라지만 이 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지 않고서는 문화재 주변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십수년전 상황으로 시계를 되돌린 것이다. 수문설치안은 울산의 청정식수원인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을 설치해 홍수나 폭우 등 긴급상황에 신속하게 방류해 암각화가 물속에 잠기는 것을 막는 방안이다. 사연댐 수위를 낮춘다는 점에서 올해 52년만에 사연댐 취수 ‘완전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수위조절안과 같다. 문화재위원회는 여기에 더해 울산시가 주장하는 생태제방 축조안이 부적합해 폐기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다른 한가지는 국무조정실이 암각화 보존 연구용역에서 최적안으로 나온 생태제방안을 우선 조건부로 추진해 보기로 조정하고 있다는 것.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말께 반구대암각화를 현장 방문한 자리에서 공식화할 내용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의 해외순방 일정 관계로 방문 자체가 무산됐지만 제자리만 맴돌던 보존방안이 한발 더 나아갔다는 점에서 의미부여가 가능할 듯하다. 공교롭게도 상반된 두가지 방안이 자맥질하듯 일어난 것이다. 어떤 형태가 됐던 새 정부의 핵심 갈등과제에 암각화 보존방안이 올랐고, 국무조정실이 주도하게 됐다는 점에서 암각화 보존문제를 두고 벌어졌던 십수년간의 논쟁이 또 한번 요동칠 전망이다.

울산으로선 이번 기회에 좀 더 분명하게, 울산의 우려되는 청정식수부족 문제의 실상을 알리고, 해법의 실타래를 조기에 풀어낼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억울하게도 일부 인사들에 의해 ‘부족하지도 않은 물문제를 이유로 국보인 문화재 보존을 나 몰라라 한다’는 반문화재적 도시 울산 이미지 각인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절실하다. 이번 기회에 해법을 찾는데서 그치지 말고 실천까지 이뤄져야 한다. 울산의 물문제가 갈수록 꼬여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 상·하류에 울산 식수의 오염원이 될 수 있는 공단 개발이 추진되고 있고 부산시의 낙동강 하굿둑 개방계획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환경부 주도로 낙동강 수계 지자체와 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 등이 참여해 열린 회의에서 올해부터 2020년까지 낙동강 하굿둑을 실제로 개방해 그 결과를 모니터링하는 3차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쪽으로 의견이 정리됐다는 소식이다. 결과에 따라 울산의 낙동강 취수원인 원동정수장에 미치는 영향 등이 판가름나겠지만 암각화 보존 등으로 걱정이 태산인 울산의 물문제에 악재가 겹친 것이다. 낙동강하굿둑 개방을 두고 부산시가 관광자원화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하굿둑 개방으로 있을지 모를 염분 피해를 막기 위한 청정수원 확보 여론전에 나선 것을 보고 있는 울산시민으로선 입맛이 씁쓸하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사실 암각화 보존과 울산의 물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울산권 광역 물문제가 조기에 해결될 수 있도록 정부가 조정하면 된다. 하지만 올해 최악의 가뭄을 경험한 타 도시에서 물을 흔쾌히 나눠주겠다고 동의할 일은 만무하다. 부산시가 남강댐물 확보에 매달리고 있는 거나, 대구시가 낙동강 상류 쪽으로 취수원을 이동시키려고 하는 노력 등을 볼때 물자원 확보 문제는 이미 전쟁 수준이다. 결국 정부가 총대를 멜 수밖에 없다. 국무총리실의 조정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물문제도 물문제지만 암각화 보존을 위해서라도 더이상 늦출 수가 없다. 새 정부 들어 꼬여만 가는 지역현안들이지만 암각화 보존과 울산의 물문제만이라도 속시원하게 해법을 찾아주길 기대해본다.

신형욱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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