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은 울산의 변화는 한마디로 ‘괄목상대(刮目相對)’ 그 자체이다. 1인당지역내총생산(GRDP)이 1위로 뛰어오르며 ‘부자도시’라는 이름을 얻었다. 단일 도시로는 유례가 없는 수출 1000억달러(2011년)도 달성했다. 경제적 성장에 걸맞는 재정·행정의 확충도 이어지면서 막내 광역자치단체의 위상을 뛰어넘고 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자연스럽게 시민욕구도 급상승했다. 문화와 교육, 교통 등 삶의 질과 관련된 도시기반 구축에 집중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생산도시의 한계를 여전히 뛰어넘지 못하는 산업구조 혁신 등에 대한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보다 높은 수준의 행정수요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덩달아 새로운 과제를 풀기 위한 연구개발이나 사업 수행기관들도 하나씩 생겨났다. 울산발전연구원을 비롯한 10개 기관이 그 것이다. 지원되는 울산시의 한해 예산규모도 160억원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그렇지만 지역의 미래발전을 위한 연구개발이나 사업 수행기관 지원이라는 목적에 걸맞는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시의회에 제출된 시 산하 기관별 2018년도 출연금 지원규모에 따르면 울산발전연구원 38억6000만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2억원, 지방공기업평가원 6000만원, 한국지방세연구원 1억9000만원, (재)울산정보산업진흥원 12억원, 울산과학기술원 70억원, 울산경제진흥원 19억7000만원, 울산문화재단 12억7000만원, 시청자미디어재단 4억8000만원, 울산여성가족개발원 6억6000만원 등 10개 기관이 169억2400만원에 이르는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문제는 일부 출연기관이 스스로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기관 운영비와 인건비를 전액 시지원금에 의존, 예산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방행정 발전과 첨단산업 육성, 문화 및 복지증진 등 출연기관의 고유기능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전문성 확보여부도 의심받고 있다. 지원 예산규모에 비해 과제가 너무 많고 연구분야가 광범위 한 탓은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산 3조원 규모의 울산시 미래발전을 위한 연구개발사업이나 사업수행기관에 지원하는 금액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적은 곳도 있어 혹시라도 구색갖추기용이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필요하다면 연구분야를 전략화·전문화해 집중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울산시는 출연기관의 운영 및 예산효율성을 꼼꼼히 따져 집중해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전략과제에 대해 실질적인 효과가 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울산은 지금 성장정체라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제조업 중심의 생산도시가 맞닥뜨리게 된 4차산업혁명을 어떻게 융합할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열악한 문화와 교육, 교통 등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도 여전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울산시는 향후 20년을 향한 ‘울산비전 2040’을 제시해 놓고 있다. 파워시티, 휴먼시티, 프레스티지시티, 콤팩트시티, 메가시티라는 5가지 도시모델을 달성해 ‘글로벌 창조융합도시 울산’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다. 시민들과 공유, 울산시의 새로운 과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제대로 연구하고 고민하는 출연기관의 참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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