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덩치키우고 국민의당 몸값 올라…정기국회 첩첩산중

바른정당이 소속 의원 9명의 집단 탈당으로 9일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공식적으로 상실하면서 4당 교섭단체 체제는 3당 구도로 재편됐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의 한복판, 특히 아직 주요 법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원내 지형 자체가 뒤흔들린 셈이다.

안정적인 국정운영 기반을 구축하고 개혁 입법을 뒷받침해야 하는 여당 입장에서는 달라진 구도에 맞춰 새로운 협상 전략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다.

공식 협상 테이블에 앉는 교섭단체가 줄어든 만큼 대응해야 할 경우의 수는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쓸 수 있는 카드도 적어진 형국이어서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게다가 탈당 의원들의 입당으로 몸집이 불어난 자유한국당과 원내 3당의 위치가 공고해진 국민의당, 두 야당의 힘이 강해진 데다 양당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여서 오히려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당장 원내에서 일종의 지렛대 역할을 해 온 바른정당이 사라지면서 3당 간의 직접 담판이 중요한 상황이 도래했지만 대화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렇다 할 묘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1야당인 한국당의 경우 정치적 지향 자체가 워낙 선명하게 갈리다 보니 협상의 여지 자체가 크지 않고, 국민의당은 ‘캐스팅 보터’로서의 영향력이 더 커지며 ‘몸값’이 한층 오른 상태라 오히려 눈치를 더 봐야 하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회가 3당 체제로 구성돼 협상 대상이 줄어들었다는 면에서는 이전보다 나은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한국당이 다른 야당에 비해 대부분 정책에 반대하고 있어 어려움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전에는 원내 3당과 4당은 눈치를 봐가면서 무언가를 요구했지만, 이제는 국민의당이 모든 작전권을 쥐는 것”이라며 “자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국민의당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의당의 결정권이 훨씬 강력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주요 국면마다 머리를 숙이는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국민의당과 손을 잡는 정책연대가 최선의 방법이긴 하지만, 국민의당 자체가 여당과의 정책연대에 미온적인 입장인 게 문제다.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민주당이 아닌 바른정당 잔류파와 손을 잡고 일종의 ‘중도 제3세력’을 형성하는 쪽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시하고 있는 점도 무시하지 못할 변수다.
일각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거쳐 집권 중반기로 접어들면 야당과 연정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당장 국민의당의 내부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있는 데다 향후의 정국 상황에 따라 야권의 추가 정계개편 가능성마저 존재해 한 치 앞을 예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세상에서 이혼한 부부 사이가 가장 멀다는 말처럼 국민의당과는 정서적으로는 가깝지만, 정치적으로는 원수”라며 “안 대표가 호남을 버리고 중도로 노선을 확실하게 잡으면 여당 입장에서는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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