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배려·양보하고 베푸는 행동
효율적 문제 해결·조정활동 촉진
지속 가능 건강한 공동체 밑거름

▲ 김동휘 월드비전 울산지역본부장

조직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인은 무엇일까? 도전적인 비전, 강력한 리더십, 적절한 보상제도 등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요인들이 많다. 하지만 하버드대학 리차드 해크만(Richard Hackman)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구성원 상호간 주고받는 ‘도움의 양’이 조직 성공의 가장 중요한 선행(先行)요인이라고 한다.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은 자신의 동료를 위해 코칭을 하거나 자문을 해 주는 일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반면 낮은 성과를 내는 조직은 서로를 돕기보다 각자 자신의 일로 고분분투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재미있는 연구결과 하나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펜실베니아대학 와튼스쿨의 아담 그랜트(Adam Grant) 교수는 호혜(Give&Take)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을 세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기버(Giver), 반대로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받으려는 테이커(Taker), 그리고 받은 만큼 상대에게 돌려주려고 하는 매체(Matcher)가 그것이다.

기버들은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고 베풀며, 때로는 자신을 희생하기도 하는 사람들이다. 이처럼 심성이 착한 사람을 일컬어 우리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이들은 이기적인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고 정작 자신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아담 그랜트 교수의 연구결과에도 남을 돕는 기버들 중에는 저성과자의 비율이 높다고 한다. 기버들은 루저(Loser)가 될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을 떠 올리게 되지만 많은 학자들의 연구에서 밝혀진 한가지 예상 밖의 사실은 조직 내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최우수 성과자들 역시 기버라는 점이다. 엔지니어, 의대생, 세일즈맨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공통적으로 그러한 결과가 관찰 됐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저성과자가 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우수한 성과를 보여주는 사람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남을 돕는 기버가 가장 높은 성과를 내는 이유는 상대로부터의 신뢰와 믿음이 바탕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버가 도움이 필요로 할 때 흔쾌히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돕는다는 믿음이 형성돼 있고 결과적으로 조직성과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건강한 공동체가 되기 위한 조건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서로 자기 이익만 챙기려고 다투는 공동체는 건강할 수 없다. 필요할 때 서로 돕고 협력하는 응집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직내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성과자가 기버인 것처럼 지속가능성 확보를 목표로 하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주요 요소는 테이커가 아닌 기버로서 베푸는 행동(Giving Behavior)을 하는 것이다.

베푸는 행동은 효율적인 문제해결과 조정활동을 촉진하고, 이것이 나아가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 신뢰와 믿음을 쌓아가는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 가정, 회사, 이웃 공동체에 도움이 필요한 곳이 어딘지를 살펴보자. 그리고 내게 있는 것이 시간이라면 그 시간으로, 경험이라면 그 경험을, 작은 재능이라면 그 재능으로, 금전이라면 그 금전으로 베푸는 행동을 통해 내가 속한 공동체에 신뢰와 믿음이 쌓일 수 있도록 하여 우리 모두가 기쁨과 희망으로 2017년 연말을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 할 수 있도록 하자.

김동휘 월드비전 울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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