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사 문화부기자

가을이 절정을 지나며 발길닿는 곳마다 빨갛고 노란 단풍으로 뒤덮혔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어울리는 갖가지 문화공연들이 울산지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계절의 정취가 한층 더 무르익는다. 그러나 공연장을 찾을 때마다 관객들의 아쉬운 관람문화에 씁쓸함을 느끼는 경우가 더러 있다.

최근 울산광역시 승격 20주년을 기념하는 창작뮤지컬 ‘이예-그 불멸의 길’을 관람하러 갔을 때다. 공연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객석의 불이 꺼졌지만, 앞 좌석에 앉은 한 관객의 핸드폰 화면은 꺼지지 않았다.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그 관객은 공연이 시작됐음에도 꿋꿋하게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5분 가량 더 켜져있던 앞자리의 핸드폰 화면 빛 때문에 결국 몰입해야 할 공연 초입부를 모두 다 놓치고 말았다.

그 뿐이었다면 다행이다. 공연이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이번에는 또다른 관객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것이 아닌가.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은 자신의 지인에게 아내와 함께 공연을 관람하러 왔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비록 통화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어르신은 통화가 끝난 후 옆에 있던 아내에게 누구로부터 연락이 왔었다며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줬다.

공연장 뿐 아니라 우리가 흔히 찾는 영화관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 상영 내내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영화관에서 일행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수다꽃을 피우는 경우도 있다. 2시간 전후의 러닝타임 동안 그런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굉장한 고역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배우들이 직접 무대 위에서 연기를 펼치는 공연의 경우 이러한 행위는 출연진들에게 굉장히 실례가 되는 행동이다. 그 공연을 위해 배우들은 적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이 넘는 기간을 준비한다. 그들에게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내주진 못할망정 공연을 망쳐서야 되겠는가.

이번 달에는 클래식의 고장 동유럽에서 온 체코필하모닉과 모스크바필하모닉이 차례로 울산연주회를 갖는다. 이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울산 시민들을 만나는 시간은 오로지 연주회 때 뿐이다. 공연장을 찾는 많은 시민들이 수준 높은 공연에 어울리는 품격있는 관람문화를 보여주길 바란다. 훌륭한 공연의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은 관객들의 몫이다.

이우사 문화부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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