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권위 다진 시진핑, APEC 정상회의로 다자외교 무대나선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대표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데 이어 대외적인 난제였던 미중정상회담을 '무난하게' 치름으로써 말그대로 '산뜻한' 집권 2기를 시작했다.

19차 당대회가 중국에서 시진핑 '1인천하'의 개시를 알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중을 통해 시 주석이 세계 주요 2개국(G2)의 '두 스트롱맨'의 이미지를 확고히 함으로써 국제적인 위상을 한껏 끌어올렸다고 할 수 있다.

시 주석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 10∼11일 베트남 다낭에서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라는 다자 외교 무대에 선다.

10일 베이징 안팎에선 이번 다자외교 무대에서 시 주석이 19차 당대회에서 새 외교노선으로 확정된 '신형 국제 관계'를 적극적으로 강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바오둥(李保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시 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은 당 대회 폐막 후 우리 지도자가 처음 참가하는 다자 회의로 의미가 매우 중대하다.

베트남과 라오스 방문은 신시대 중국 특색 외교의 막을 올리는 행사"라고 밝혔다.

시 주석의 집권 2기의 외교정책을 알리는 방문이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베이징 외교가에 따르면 시 주석이 반부패 개혁을 통한 중국 권력구조 개편, 집단지도체제에서의 1인 집중화, 경제 굴기를 통한 중국의 외교안보 입지 강화 등의 구상을 현실화시키는 방법으로 '중국 부흥'을 이끌고 있다.

시 주석은 이미 집권1기 5년간 과감한 개혁조치와 권력 강화로 '중국몽'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시 주석은 19차 당대회에서 당장(黨章·당헌)에 '시진핑 사상'을 삽입시킴으로써 마오쩌둥(毛澤東) 급의 반열에 올랐는 가하면 유임한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빼면 나머지 5명의 신임 상무위원들을 사실상 측근으로 채워넣는 등 1인체제를 굳혔다.

▲ 페루 리마에서의 AREC CEO 서밋에 참석한 시진핑.

이런 내부작업을 마친 시 주석은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집권2기의 첫 외국정상으로 초청했다.

그러고서 베이징(北京)에 자금성(紫禁城)을 통째로 비운 연회를 베풀고 전현직 상무위원 12명 전원을 참석시킨 인민대회당 만찬이라는 '황제 의전'으로 미중 갈등을 '봉합'하는 외교력을 발휘했다.

시 주석은 2535억 달러(283조 원 상당)의 미중 경협 선물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안김으로써, 북핵·무역불균형이라는 미중 갈등을 잠재웠다.

물론 미중 양국이 해당 사안에 대해 서로 기존 입장을 고수한 채 봉합했다는 점에서 언제든 다시 갈등이 불거질 수 있으나, 집권2기를 시작한 시 주석은 최대 난제였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이라는 큰 산을 넘었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 방문 기간에 북한의 미사일·핵 문제는 물론 무역불균형 문제에 대해 공격적 언사를 자제하는 방법으로 시 주석을 '지지'했다.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의 미중 기업 대표회담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 불균형 문제를 언급하면서 "중국을 비난하지 않겠다"고 말한 데 이어 이날 다시 트위터에 "중국을 비난하지 않는다"(I don't blame China)는 메시지를 띄워 시 주석에게 '신의'를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간에 껄끄러운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전과는 달리 '중국 책임론'을 압박하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원칙을 재확인하고 소통 강화에 합의해 '제재와 대화 동시병행' 입장인 중국에 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시진핑 집권 2기 들어 가장 먼저 초청한 외국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점은 그가 명실공히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절차였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283조원의 경협 선물을 안기고 황제 대접까지 한 것도 이런 복안이 깔렸다는 분석이 많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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