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에 부담 줘선 안 돼” vs “수사 결과 지켜봐야”

▲ 청와대 전병헌 정무수석이 지난 9월 2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여야 대표 청와대 초청과 관련한 브리핑을 마치고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청와대는 10일 기업에 협회 후원금 출연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의 전 보좌진 등 관련자 3명이 모두 구속되자 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현 정권을 겨냥한 첫 검찰 수사가 전 수석 관련자들의 구속으로까지 이어지자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전 수석은 지난 7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어떤 불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힌 이후 이번 수사와 관련한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정무수석실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서는 전 수석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섣불리 거취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이 섞여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 수석이 자진해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현 단계에서 거취표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며 “각 주장을 하는 구성원들의 생각 차이가 크다”고 기류를 전했다.

전 수석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쪽은 현재까지 진행된 수사 내용만으로도 도덕적으로 깨끗하다는 것을 내세워 출범한 정권에 부담이 된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전 수석이 직접 불법행위를 저지른 정황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주변 관리를 제대로 못 했다는 점만으로도 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 역시 ‘결단론’의 근거 중 하나다.

이와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측은 전 수석의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거취를 결정하는 일 자체가 전 수석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구속된 사람들이야 혐의가 비교적 명백하겠지만 현재까지 전 수석이 관련됐다는 단서가 없는 데다 전 수석이 결코 관여한 바 없다고 한 만큼 그 의사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군다나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를 두고 ‘적폐청산’ 드라이브가 시작된 가운데 현직 검사가 구속되고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가 투신하는 등의 상황에서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 일각의 저항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실관계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리부터 내놓는다면 전 수석이 애꿎은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거취표명 신중론’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청와대는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삼간 채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태도에 변함이 없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청와대가 나설 일이 아니고 검찰 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며 말을 아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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