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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종합
미언론 “中 2500억 달러 선물 보따리는 ‘속 빈 강정’”기존계약 재탕·구속력 없는 MOU 대부분…실현엔 오랜 협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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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10  12: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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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업계, 단발성 경협합의보다 中시장 구조적 장벽 제거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맞춰 중국이 풀었던 2500억 달러(약 280조 원)짜리 선물 보따리가 실제로는 ‘속 빈 강정’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정부는 이번 투자·무역합의가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해소할 것이라고 환영했지만 대부분 합의가 기존계약을 재탕하거나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라는 점에서 미국이 환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맞춰 에너지·비행기·IT 부품 등의 분야에서 2500억 달러가 넘는 투자·무역협정을 체결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거래가 국가 간 경제협력 역사상 최대 규모라는 점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대로 천문학적인 대중(對中)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WSJ는 하지만 미국 경제계가 이번 합의 대부분이 기존계약을 재탕하거나 구속력이 없는 MOU라는 점에서 투자가 실제 이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회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도 협약식 참가자를 인용, 항공기, 에너지, 농산물, 생명과학 등 품목에서 중국의 대미 구매 목록을 담은 이 보따리가 “모두 보여 주기(show)용”이라고 전했다.

먼저 이번 합의의 최대 거래로 기록된 중국에너지투자공사의 837억 달러(94조 원) 직접투자계획은 막상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와 다를 바 없다.

국영 중국에너지투자공사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의 셰일가스와 화학제품에 투자하기로 예비 합의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이 계약에 미국 기업이 참여하지 않고, 투자 기간도 20년의 장기라는 점에서 미국 경제에 과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최대 430억 달러(49조 원) 규모의 파생 투자가 이뤄질 알래스카 가스 개발 프로젝트도 최대 경협 품목 중 하나지만 현재 미·중간 협상 중인 거래라는 점에서 새롭지 않다.

게다가 중국 측은 공동성명에서도 알래스카산 LNG 구매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중국석유화공그룹(中國石化·시노펙)과 중국투자유한공사 등과 협약을 체결한 키스 메이어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사(AGDC) 사장은 가스관 개발로 2024년 혹은 2025년부터 연간 80∼100억 달러(9조∼11조 원) 가량의 수익이 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시노펙과의 최종 협약 체결이 내년으로 예정돼 있어 이 프로젝트가 가까운 미래에 시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휴고 브레너 분석관은 “이번 거래가 정략적이긴 하지만 구속력이 없어 시노펙이 계약이 파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항공기재집단공사(CASHC)가 미국 항공사 보잉으로부터 370억 달러(41조 원)에 달하는 항공기 300대를 사들이기로 했다는 발표도 업계에서는 구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항공전문정보업체 플라이트글로벌에 따르면 보잉은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구매자로부터 이미 항공기 1000대를 주문받은 상태로, 업계는 구매수요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계약도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보잉은 지난 2015년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할 때 380억 달러어치의 비행기 수주 소식을 발표하는 등 정치적 행사를 회사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아울러 중국 대표 휴대전화 제조사인 샤오미·오포·비보도 미국 반도체 제조사 퀄컴으로부터 3년간 총 120억 달러(13조 4000억 원) 규모의 반도체를 사들이기로 발표했다.

   
 

하지만 이 합의는 구속력이 없을뿐더러 매입규모 자체도 세 기업의 현재 주문량을 모든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소식통들은 WSJ에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과는 달리 대중 무역적자를 전혀 줄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이 제조업 진흥책 ‘메이드 인 차이나 2025’를 통해 외국 기업들의 중국 내 생산을 적극 장려하는 상황에서 이런 투자 무역·합의가 나온 것은 트럼프의 무역공격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중국의 계산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국제 컨설팅 업체 APCO 월드와이드의 중국지사장을 맡고 있는 제임스 맥그리거는 “모든 거래를 모아 수치를 크게 만들어 자랑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이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시작할 때 구사하던 너무 구시대적 행동”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막강한 경제력을 갖고 미국에 파괴적인 산업정책을 펴는 지금 상황에서 (무역적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 성사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쇼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막스 바우쿠스 전 주중 대사도 “중국이 수천 년래 써먹는, 상대를 속이는 전형적인 방식이며 모든 의식엔 중국 측이 진지한 대화를 피하려는 의도가 일부 담겨 있다”고 주장하고 “행사가 화려하고 요란할수록 대화를 나눌 시간은 적은 법”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점점 커지는 대중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런 일시적인 합의보다는 중국 무역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베이징에 있는 미·중 기업협회의 제이컵 파커 부회장은 이번과 같은 경협합의도 좋지만,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구조적 장벽을 제거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중국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기술 이전을 강요당하거나 지배권을 100%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계가 가장 원하는 것은 세계 제2대 경제인 중국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그리하여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달라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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