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고통 심화 속 “무기판매는 범죄사주” 비판

▲ 예멘 내전으로 어린이 영양실조 심각.
▲ 사우디군 공습으로 폐허가 된 예멘 사나.

트럼프 패트리엇 자랑…英국방 “사우디 비판 도움안돼” 항변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최근 미국 등 서방국가가 예멘의 인도적 위기에 침묵하는 이면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무기 거래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사우디가 주도하는 국제동맹군이 내전에 시달리는 예멘으로 통하는 항공, 육로, 항구를 전면 봉쇄하면서 구호물자 수송이 중단됐다.

4일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를 향해 쏜 탄도미사일이 리야드 상공에서 격추되고 나서 사우디가 보복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국제기구와 국제인권단체들은 어린이, 여성을 중심으로 예멘 국민의 고통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마크 로폭 유엔 인도지원조정국(OCHA) 국장은 “구호물자 수송을 위해 국경을 다시 열지 않으면, 전 세계는 수십 년래 가장 큰 규모의 기근을 보게 될 것이며 그 피해가 수백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W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멘 국민의 고통을 무시하고 사우디에 판매한 미국산 무기를 칭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을 격추하는 패트리엇 미사일을 거론하고 “사우디에서 우리 시스템이 미사일을 부수었다”며 “우리가 만드는 것을 누구도 만들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전 세계에 팔고 있다”고 자랑했다.

최근 성 추문에 휘말려 사퇴한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부 장관도 2주 전 의회 청문회에 참석, 사우디에 대한 무기판매 논란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말에 “슬프지만 사우디를 비판하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는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사우디에 무기를 판매함으로써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돈을 벌고 있다.

▲ 예멘서 사우디군 공습 희생자 장례식.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의 한 관계자는 “영국이 사우디에 무기를 제공하는 일은 상당한 이익이 되는 무역 거래일 수 있지만 끔찍한 범죄를 돕고 사주하는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구 국가들이 지속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에 무기를 계속 판매하는 것은 무엇보다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예컨대 경제 불안에 대한 우려가 큰 영국에서 방위 산업은 수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영국뿐 아니라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연합(EU)에 가입한 10여 개국이 사우디에 무기를 팔고 있다.

사우디에 들어간 무기는 결국 중동이 군사적 긴장을 자극한다.

사우디는 무기를 앞세워 중동에서 이란과 패권 다툼을 하고 있으며 예멘의 후티 반군은 이란으로부터 자금과 무기를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지금까지 사우디에 무기를 수출하는 것을 막으려는 모든 시도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오바마 전 행정부는 지난해 사우디로 정밀유도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했지만, 올해 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거래를 재개했다.

또 EU 정치인들이 사우디에 대한 무기금수조치를 결심하려면 유럽의회 의원들이 EU 회원국의 모든 정부를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