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주재 북한 대사관과 외교관이 주류 판매가 제한된 파키스탄에 최근 와인 1만 병 등 주류를 대량으로 수입해 들여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북한 대사관이 파키스탄 당국자의 묵인 아래 현지에서 불법하게 주류 판매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10일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서류에 따르면 파키스탄 주재 북한 대사관은 지난해 3∼12월 10개월간 아랍에미리트(UAE)의 ‘트루벨’이라는 기업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프랑스 보르도 와인 1만 542병을 수입했다.

하이네켄과 칼스버그 맥주 1만 7322병, 샴페인 646병도 수입했으며 청구대금은 7만 2867달러(8140만 원)였다.

또 파키스탄 주재 북한 대사관에 근무하는 현기영 1등 서기관은 지난달 3일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자신의 집에 보관하던 조니워커블랙 위스키 1200병과 와인 200상자, 맥주 60상자 등을 도난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조니워커블랙 위스키 1병이 보통 면세점에서 35달러 정도 하는 것을 고려하면 현 서기관이 도난당한 술은 위스키만 면세가로만 4만 2000달러 어치에 해당한다.

로이터는 암시장에서 이 위스키가 80달러에 거래된다며 현 서기관이 도난당한 주류의 실질적 가액이 모두 15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더구나 CCTV 확인결과 현 서기관의 집에서 주류를 훔쳐간 절도범들은 현직 파키스탄 경찰관으로 드러났고, 이후 현 서기관이 수사를 원치 않는다며 신고를 취하하면서 북한 대사관의 행태에 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인구 97%가 이슬람교도인 파키스탄은 주류 판매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다만 파키스탄 주재 각국 대사관은 1등서기관 1명당 와인 18ℓ, 위스키 등 증류주 120ℓ, 맥주 240ℓ를 수입할 수 있는 쿼터가 분기마다 허용된다.

증류주 대신 2∼3배의 와인을 더 수입할 수도 있다.

각국 대사는 할당량이 1등 서기관의 2배이고 국경일과 새해맞이 행사용으로 특별쿼터도 허용되기에 12∼14명 정도가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대사관이 그동안 반입한 주류의 양이 쿼터를 넘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사관 자체 소비용으로 보기에는 반입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 파키스탄 안팎의 지적이다.

BBC는 북한 외교관들이 대부분 술에 취해 있는 게 아니라면 암시장에 술을 내다 파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간 파키스탄투데이도 “북한 외교관들이 물고기가 물 마시듯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면 뭔가 수상한 것이 있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에서는 2013년 4월과 2015년 5월 남부 카라치에서 북한 외교관들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으로부터 양주와 맥주를 몰래 들여와 판매하다 경찰에 적발되는 등 몇차례 현지인들에게 술을 판매해 물의를 일으켰다.

하지만 2013년 파키스탄에서 불법 주류판매로 조사받았던 노주식 무역참사가 임기를 끝까지 마치고 평양으로 복귀하는 등 이에 대한 파키스탄 당국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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