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계옥 시인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이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이 시를 읽은 후부터 사람 만나는 일이 신중해졌다. 한 사람이 온다는 건 그 사람의 일생이 온다는 말에 화들짝 정신이 들어서다. 이런 인연 저런 인연에 우리는 매번 부서지기도 하면서 부서지기 쉬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이번에 오는 사람은 괜찮을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낼 수 없으면서도 상대가 좋은 사람이길 바란다. 섣불리 마음 빗장을 열었다가 닫지도 못하고 어정쩡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일생인 과거 현재 미래가 한꺼번에 오기에, 외롭다고 섣불리 사람을 사귈 일이 아니다. ‘아무나 만나다 보면 정작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 귀한 인연일수록 신발 끈을 몇 번씩 고쳐 매며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온다.’(성수선) 그러니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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