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부자가 상봉해 한동안 울음을 터뜨리고 난 뒤 목만치가 박지에게 말했다.

“저의 아버지를 모시고 이 군영에서 나가겠소.”

박지 집사가 말했다.

“그냥은 안 되오. 단기필마로 적진에 뛰어 들어왔으면 목숨을 내놓거나 선물을 가지고 왔을 터.”

“그래,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오?”

“당신이 뺏어간 우리나라 대가야요.”

“……”

목만치는 말문을 잃었다.

목만치는 종발성 전투에서 이사품왕과 목라근자가 광개토왕의 포로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즉시 위례성의 아신왕을 찾아갔다. 아버지를 무척이나 존경하고 따랐던 목만치는 모든 수단을 다해 아버지를 송환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신왕은 이번 전쟁에서 소백산맥 이서의 가야 6국과 대가야를 차지하여 한수 이남의 대제국을 건설한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목라근자는 한 때 휘하에 둔 훌륭한 장군이고, 가야제국의 무역과 교역을 관장하는 유능한 관료였지만 지금은 전쟁에서 패해 잡혀간 일개의 포로에 불과하다. 현 상태에 흡족해하고 있는 아신왕으로선 목라근자의 일로 더 이상 고구려를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

아신왕이 목만치에게 말했다.

“목장군, 슬프고 힘든 일이겠지만 아버지는 잊어버리고 대가야를 지키는데 힘써 주게.”

목만치는 눈물로 아신왕에게 호소했다.

“제 아버지는 평생 대왕마마와 백제를 위해 충성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아들에게 아버지를 잊어버리라고 하십니까. 목장군의 송환을 통촉하여 주십시오.”

“그대가 효심이 지극하고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호랑이도 잡히면 개 취급을 당하는 것이 전쟁터의 법칙이다. 게다가 때가 좋지 않다. 지금 고구려의 광개토왕은 요동에서 후연의 모용성과 전쟁으로 정신이 없을 텐데 어떻게 포로협상을 한단 말인가.”

“하오면 저를 칙사로 보내주십시오. 제가 전장터 어느 곳이든 찾아가서 광개토왕을 만나 협상하겠습니다.”

“현실은 냉엄한 것이라 감정에 흔들리면 패배하기 마련이다. 지금은 아니 된다.”

“한번만 더 통촉하여 주십시오.”

목만치는 납작 엎드렸으되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다.

 

우리말 어원연구

산스크리트어는 우리말의 근원인 싯담어에서 나왔다.

산(saint·신성한)+스크립트(script·기록, 언어), 싯(신성한)+담어(땅의 말).

산스크리트어는 곧 싯담어를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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