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발생하면 포털 검색부터 시작
출처불명 정보 병키우고 비용 높여
합리적 의료수가 적용이 폐해 막아

▲ 이호진 세민병원 부원장

최근 들어 의료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현상이 바로 ‘의료쇼핑’이다.

의료쇼핑이란 상점에서 상품을 고르는 것처럼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인터넷 검색이나 이용자 후기 등을 통해 긍정적인 이야기가 들려오는 병원을 돌아다니며 진료를 받거나 의약품을 처방받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의료쇼핑은 의료 급여 수급자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과도한 진료를 받으면서 과잉진료와 치료를 받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아프면 병원 같은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쇼핑 소비자들에게 병원이란 자신에게 더 나은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술의 판매점, 편의점처럼 자신의 입맛에 맞는 치료 방법과 의약품을 선택할 수 있는 곳,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곳이다.

의료쇼핑은 곧 자신에게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점을 찾는 것처럼 자신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찾는 행위이다.

문제는 이러한 병원을 찾아 의술을 쇼핑하는 행위가 정확하지도 않은 ‘카더라’ 정보에 의존해 무분별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런 의료쇼핑 소비자들을 겨냥해 박리다매의 상인적 마인드로 임하는 몇몇 의사들의 잘못된 행태 역시 불필요한 과잉 진료를 부추기는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의료쇼핑 때문에 정작 필요한 진료를 제 때 받지 못하는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세대들은 아프면 일단 검색부터 하고 본다. 주요 포털 사이트의 지식 관련 코너들에 가보면 자칭 의료진이라는 답변 작성자들이 질문자의 증상을 제멋대로 진단하고 그러한 증상에는 어떤 병원이 최고라며 해당 병원에서 의료쇼핑을 즐길 것을 권유하기까지 한다.

일부 환자들의 경우에는 치료비가 더 저렴한 곳을 검색해 방문하기도 하며, 같은 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음에도 일정 기간 동안 같은 질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여러 곳의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단순하게 값싼 진료비용 때문에 저렴한 병원을 찾았다가 오히려 병을 키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는 병의 치료비용이 곧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까지 책임질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료쇼핑의 유행에 불을 지피는 것은 이벤트 등의 저가 현금 할인을 내세운 병원들이다. 이들 병원들은 박리다매를 목적으로 말도 되지 않는 가격에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현혹한다. 그러나 막상 해당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는 환자가 지불한 비용의 딱 그만큼이거나 혹은 그보다 떨어지는 수준이기 십상이다. 게다가 과잉진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 되어버린다.

이러한 의료쇼핑의 폐해 이면에는 현실적이지 못한 의료수가가 있다.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밖에 없는 환자들의 무분별한 의료쇼핑은 더욱 가중화될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의료쇼핑의 폐해를 예방하고, 우리나라 의료의 질과 의료서비스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의료수가의 적용과 실행, 개별적인 의료기관들의 자성과 환자 정보에 대한 의료기관 간의 공유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호진 세민병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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