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동굴벽화 소재로
공상이 영화화되는 과정 담아
13일 개막, 14일부터 2018년 2월4일까지

▲ 프랑스 쇼베 동굴의 사자 그림.

‘꿈’을 꾸는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시각, 청각, 후각적 감각 등을 통해 상상 속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인간의 순수한 공상이 만들어 낸 가상의 이미지가 눈 앞에서 실제로 펼쳐지는 것, 바로 오늘날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영화적 기법은 언제부터 인류와 함께 했을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의 눈에 보이는 세계를 재현하는 구상미술(具象美術)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선사인들은 그들의 ‘눈(카메라)’으로 포착한 움직임을 분할해 시간의 전개를 바위그림으로 표현했다. 연속되는 이미지를 나란히 그려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은 작업은 현대 영화의 애니메이션에 사용되는 기법과 같다. 즉, 선사시대 사람들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만화가’라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선사시대부터 표현된 인간의 상상력이 오늘날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담은 특별한 전시가 울산에서 열린다. 울산암각화박물관(관장 이상목)은 오는 14일부터 내년 2월4일까지 ‘영화의 선사시대­선사미술에서 영화의 기원을 찾다’를 주제로 특별기획전을 개최한다

▲ 프랑스 쇼베 동굴의 말 그림.

이번 전시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쇼베(Chauvet) 동굴’ 벽화를 중심으로 영화 이전의 역사 ‘영화의 선사시대’를 보여준다. 전시는 △1부 영화의 고고학 △2부 구석기 미술, 생동하는 이미지 △3부 최초의 만화 △4부 최초의 연출 △5부 시네마 동굴로 구성된다.

1부 영화의 고고학에서는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영화의 역사를 조명하고, 2부에서는 동물의 신중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사미술에서는 어떻게 표현했는지 살펴본다.

3부 최초의 만화에서는 선사미술에서 표현된 이미지를 ‘애니메이션’적 시각으로 관찰하고, 4부 최초의 연출에서는 이미지에서 보이는 여러 영화적 기법(숏, 시퀀스, 시나리오, 클로즈업 등)을 찾아본다.

▲ 프랑스 라스코 동굴의 우물 장면.

특히 5부 시네마 동굴에서는 쇼베 동굴 벽화 속에서 잠자고 있던 사자와 코뿔소 등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되살려 내 생동감 있는 영상으로 연출한다.

특별기획전 개막식은 오는 13일 오후 2시, 전시일정은 14일부터 암각화박물관에서 진행된다. 특별전 기획자이자 <영화의 선사시대>의 저자, 영화감독이기도 한 마크 아제마(Marc Azema)는 이날 개막식 전시해설을 맡고 초청 강연회도 펼친다.

이상목 관장은 “이번 특별기획전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만든 ‘영화’를 통해 우리 안에 살아 숨쉬는 문화의 원형을 느껴보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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