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개발원 독서토론회
‘독신의 오후’ 읽고 경험 공유
토론내용 ‘…공감여성’에 수록

▲ 울산여성가족개발원에서 진행된 독서토론회 ‘책읽는 여·우(女·U)’ 장면.

“인생의 내리막길에는 내려감의 기술이 필요하다.
나이듦과 동시에 약자가 되어감을 인정할 것,
미리 노후를 준비할 것,
특히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 중요하다.”
 -우에노 지즈코-

같은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독서좌담회. 꼭 도서관에서만 열리는 건 아니다. 책 읽기 좋은 계절을 맞아 여성과 가족문제를 고민해 온 울산여성가족개발원이 우리 사회 당면과제를 독서토론회 형식의 담론으로 풀어냈다.

프로그램명 ‘책읽는 여·우(女·U)’는 지난 10일 울산여성가족개발원 회의실에서 열렸다. 텍스트는 <독신의 오후>(우에노 지즈코)였다. 저자는 젠더 분야의 선구자이자 일본의 지성으로 꼽히는 사회학자로, 인생의 오후를 맞은 독신남성들에게 삶과 사랑,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안겨주고 있었다.

1장에선 남자가 인생에게 오후를 맞이하게 된 순간, 현실을 직시하자고 말한다. 그래야 갑자기 찾아온 오후를 즐길 수 있다며 싱글남이 되는 세가지 케이스별 사랑과 우울, 간병과 생활의 문제를 살펴본다. 2장에서는 남성들을 위한 조언 몇가지를 던진다. 자신의 약점을 들러내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3장은 남자가 자립하기 위한 필요 조건들을 살펴보며 4장과 5장에선 나이든 내 몸을 돌보는 간병의 방법과 나홀로 죽음의 행복을 제안하고 있다.

 

각자 책 읽기를 마친 6명의 참가자들은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독신의 오후’를 어떻게 바라봤는지 직간접 경험과 주변 사례 위주로 대화를 이어갔다.

이정희 울산여성가족개발원장은 “의존적인 성향의 남자로서의 나이 듦을 에 대해 상당히 직설적인 방식으로, 그러나 홀로 된 남자들의 노후를 위해 실질적인 조언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년을 앞둔 남편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며 자신 또한 “저자가 알려주는 지침서 ‘홀로 나이듦의 10가지 방법’을 일일명상처럼 되뇌이며 살겠다”고 말했다.

최근 부친상을 치렀던 김태우 변호사는 책 말미에 언급 된 노년과 죽음에 대한 대목에서 공감을 얻었다고 했다. “어르신들 대부분이 시설입소 보다 집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실이 받쳐주지 못한다. 재택간병을 위한 사회시스템이 좀더 마련되면 좋겠다. 작가가 알려 준 일본사례가 도움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선우석 울산방송 부장 역시 “고령자의 탈 시설화 방안을 마련하는데 전 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24시간 순회 방문 간병과 24시간 말기 의료 제도 등이다. 이어 “곧 독신노년이 될 ‘나홀로 중년’의 증가세가 가파르다”며 “결혼장려 및 저출산대책 일변도의 인구정책에도 리셋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아동문학가인 장세련 작가는 “독신남성의 노년을 다뤘지만 ‘독신의 오후’는 남녀누구나 언젠가는 만나게 되는 시간이다. 그 때를 대비해 건강, 경제, 인간관계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책의 골자다.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기를 어떻게 맞느냐는 자신의 숙제임을 명심하고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여성가족개발원은 이날 좌담회를 정리해 반기별로 발간하는 <울산공감여성>에 실을 예정이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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