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작품 60여점 전시
직접 뜬 父 데스마스크 눈길
생전모습 담은 사진도 선봬

▲ 오윤 회고전을 찾은 윤광주 고청기념관장이 벗인 오윤과의 인연을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 아래는 오윤이 직접 뜬 오영수 작가의 데스 마스크.

판화가 오윤(1946~1986)은 소설 ‘갯마을’을 쓴 울산작가 오영수(1909~1979)의 아들이다.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였지만 유독 울산에서는 아버지와 분리된, 오롯이 작가로서의 ‘오윤’ 그 자체를 들여다보는데 인색했다. 오영수의 그늘이 그만큼 짙었던 탓도 있지만, 그 보다는 대기업 중심의 산업도시 울산의 분위기도 한몫 거들었다. 짧지만 뜨겁게 살다 간 그는 고무판과 조각칼로 ‘헐벗은 사람들’의 몸짓과 노래를 주로 표현했다. 그의 작품은 1980년대 들불처럼 일어난 문화운동에 불씨를 당겼지만, 그래선지 그에 대한 평가는 ‘민중예술’ ‘민족미학’ 안에서만 맴돌았고 미술계의 폭넓은 관심을 받기까지 꽤 오랜 세월을 견뎌야 했다.

11일 울산문화예술회관 1전시장에서 개막한 ‘판화가 오윤 회고전’은 울산에서 처음으로 오윤 그대로의 삶과 작품을 보여주는 행사였다.

전시장의 작품은 ‘도깨비’ ‘일원산천’ ‘칼노래’ ‘북춤’ ‘대지’ ‘귀향’ 등 판화, ‘탈춤’ 등 유화, ‘여인과 호랑이’ 등 테라코타까지 60여 점이다. 그의 작품은 그가 아는 역사와 그가 산 시대를 함축하고 있다. 빈민층과 농민을 삶을 소재로 삼은 것이 많다. 자연사랑과 민담·설화 및 현대 한국사의 단면들을 다양하게 주제로 활용한다. 인간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명쾌하다. 어떤 것은 녹아들 듯 부드럽지만 또 어떤 것은 두려우리만큼 억세다.

▲ 오윤의 ‘일월산천’

특별전에는 오윤이 직접 죽은 아버지의 얼굴을 석고로 뜬 데스 마스크도 전시됐다. 오윤의 벗 윤광주 고청기념관장은 데스 마스크를 뜨던 당시의 오윤을 회상하며 “슬픔이 응축된 그의 손끝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작품전과 함께 작가의 생전 모습 사진과 동료들과 어울리던 사진 등 아카이브 자료도 함께 전시돼 관람객들은 그에 대해 좀 더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날 개막식에는 오윤의 아들과 여동생 등 유족들도 참석했다. 유족을 대표한 김익구씨는 “전시작품은 모두 유족이 보관하던 것들이며 아버님의 고향 울산에서 전시를 하게 돼 매우 의미있다”고 말했다.

오윤은 서울대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고 ‘현실과 발언’ ‘시대정신’ ‘삶의 미술’전 등을 통해 한국민중판화·민중예술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1986년 첫 ‘오윤판화전’을 개최하던 중 간경화로 사망했다. 전시는 19일까지.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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