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방화 성폭행 부인 자체 조사 결과 공개…아세안 정상들 ‘침묵’

▲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로힝야족을 상대로 ‘인종청소’를 자행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미얀마군이 유혈사태 발생지역 사령관을 전격 교체하고 관련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이번 조처는 미얀마 군부 지도자들을 겨냥해 ‘표적 제재’를 준비 중인 미국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파견해 로힝야족 문제 해결 압박을 가할 예정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꼬리 자르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1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얀마군은 로힝야족 유혈사태가 발생한 라카인주를 담당하는 서부지역 사령관을 지난 10일자로 교체했다.

로힝야족 반군 토벌을 주도하면서 60만 명이 넘는 국경 이탈 난민을 유발한 서부지역 사령관 마웅 마웅 소에 소장을 대기 발령 처리하고, 후임으로 소에 틴 나잉 준장을 임명했다.

미얀마군 측은 서부지역 사령관 교체의 배경을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미얀마군 대변인 역할을 하는 심리전 및 공보사령부 부사령관 아예 르윈 준장은 “왜 그가 전보됐는지 알지 못한다. 현재 그는 어떤 보직도 맡고 있지 않은 대기발령 상태다”고 말했다.

또 로힝야족 인종청소에 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난을 받아온 미얀마군은 국제사회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는 자체 조사결과도 발표했다.

▲ 방글라데시로 도피하는 로힝야 난민들,

페이스북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미얀마군은 양민을 쏘지 않았고, 여성을 상대로 성폭력과 강간을 행하지 않은 것은 물론, 마을에서 은과 금, 차량과 동물을 훔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미얀마군은 마을과 사원에 대한 방화, 주민을 향한 고문과 협박도 하지 않았다면서 “마을을 불태운 것은 로힝야족 내부의 테러범들이며, 주민들이 국경을 이탈한 것도 테러범들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일련의 조처는 미얀마군 지도자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준비 중인 미국이 로힝야족 문제와 관련해 틸러슨 국무장관을 처음으로 현지에 보내기로 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오는 15일 미얀마를 방문해 문민정부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과 군부 최고지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 등을 면담하고 로힝야족 문제 해결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얀마군이 사령관을 교체한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미얀마군과 자경단이 폭력과 인권 침해를 계속 저지르고 있다는 보고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 관련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 대변인은 “미얀마군이 책임을 질 의사가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끔찍한 인권 유린행위가 처벌을 받는 문제는 국제사회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 기념촬영하는 아세안 정상들.

한편, 필리핀 마닐라에 모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들은 로힝야족 사태를 비판하는 규탄하는 성명을 내지 않았으며, 문민정부 지도자인 수치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아세안 10개 회원국 지도자 중 유일하게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만이 “인권 위기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회원국의 내부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아세안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지난 1999년 군부독재와 맞서 싸울 당시 아세안의 회원국간 불간섭 원칙을 강력하게 비판했던 수치가 실권을 쥔 지금은 이 원칙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 비꼬았다.

수치는 지난 1999년 7월 13일 ‘더 네이션’에 실린 기고문에서 “요즘 세상엔 다른 나라의 일이라고 해서 간섭을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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