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성 구영중학교 교사

만추의 아름다운 계절이다. 해마다 이맘때쯤 우리 학교도 단풍놀이 겸 문학기행을 떠난다. 올해는 <강아지똥> <몽실언니>로 유명한 권정생 동화작가가 있는 경상북도 안동을 다녀왔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그 곳은 놀이터와 잔디밭의 조형물이 잘 꾸며져 있어 많은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었다. 동화작가의 문학관다웠다.

권정생 작가는 워낙 유명해 그의 지난한 삶을 대략 알고 있었지만 문학관에서 틀어준 상영물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다. 불이 켜진 뒤 만난 학생들과 학부모들 또한 비슷했다. 1937년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세계 2차 대전의 화염 속에서 자라다 광복 후 귀국한 조국에서 또 한번 한국 전쟁을 겪게 되었다. 마냥 행복해야할 유년시절을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보낸 작가는 평생을 병마와 싸우면서도 개인의 안위보다는 세계 평화와 굶주리는 아이들을 걱정한 분이셨다. 돌아가시기 몇 달 전에 남겼다는 유언장의 내용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요. 제 예금통장 다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쪽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 주세요. ~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티벳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2007년 3월31일 유언장 중에서)’ 작가가 사용했다는 책상과 친필 원고들, 일기장, 유언장 등의 유품이 전시된 문학관을 둘러보는 내내 그의 생(生)이 남긴 큰 울림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있는 구영중학교에서도 나눔과 봉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해마다 추석을 쇤 아이들은 배나 사과 등의 과일을 들고 와 복지 기관에 기부하는 ‘사랑의 과일 나누기’에 동참하며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장애인복지시설에 정기적인 봉사를 하는 ‘뚜벅이’ 모임도 지속하고 있다. 본교 교직원은 사도장학회를 만들어 매 학기 본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으며 월드비전의 ‘한 학급 한 생명 살리기’에 참여하는 반도 있다. 지역봉사단체와 함께 독거노인 식사지원을 위한 모내기를 한 뒤 그 쌀을 수확해 복지기관에 건네기도 하고 매주 동아리 학생들이 근처 유치원생들에게 영어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밝히기 부끄럽지만 나는 작년에 학생들과 함께 출간한 책 <공자는 어떻게 내 마음을 알까?>의 인세와 계약금 전부를 고아원과 교육기관에 기부했다.

“봄이 한창인 어느 날/민들레 싹은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어요./향긋한 꽃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갔어요./방긋방긋 웃는 꽃송이엔 귀여운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가득 어려 있었어요.”

(권정생, 강아지똥 중에서)

‘강아지똥’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밖을 보니 서로 어우러져 있는 단풍잎들이 눈에 들어온다. 단풍잎들의 이 아름다움은, 어쩌면 서로가 색을 나눠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아이들도 더 눈부시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이웃과 함께 하는 교육과 실천이 절실한 듯 싶다.

김미성 구영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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