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예산 예타권’ 내년부터 기재부서 과기부로 넘어가

지나치게 경제성 따지던 예타
미래 가능성 중심으로 변경
KDI 예타의 희생양 됐던 울산
KISTEP 시행하는 재예타 가능
지난 초라한 성적 뒤집을수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예비타당성(예타) 권한이 기획재정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사실상 이관되면서 7개월째 예타 평가기관 선정문제로 답보상태인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울산연구센터 건립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경제성’을 중요한 요인으로 판단하는 예타 방식이 ‘미래 가능성’ 중심으로 변경, 지난번 초라한 예타 성적을 뒤집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분석이어서 울산시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4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과기정통부와 기재부는 지난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예산권 조정방안에 따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R&D 예산의 예타 권한이 기재부에서 과기정통부로 이관될 전망이다. 예타는 대규모 신규 개발사업을 진행하기전 사업의 추진 가능성을 미리 검토하는 제도다. 지금껏 기재부에서 수행한 예타가 지나치게 ‘경제성’을 중요한 요인으로 판단하는 바람에, 국가의 전략적 투자가 요구되는 R&D 사업이 예타에 발목을 잡히거나 장기화되는 평가에 기술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지적이 높았다.

ETRI 울산연구센터(395억원)도 기재부의 이같은 예타 방식에 사실상 희생양이 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한 타당성 조사에서 비용대비 편익(B/C)값이 0.35, 정책적 분석(AHP)이 0.334에 그쳤다. 통상 B/C값이 ‘1’을 넘어야 국책 사업을 진행할수 있고 경제성 확보가 어려운 연구개발 분야도 0.8은 넘겨야 하는 데 절반 수준에도 못미친 것이다.

ETRI와 울산시는 미래가치추구라는 R&D 사업의 특수성이 인정되지 않았다며 지난 4월 국가과학기술연구회(국과연) 이사회에 예타 재조사 신청을 한 상태다. 특히 ETRI와 시는 과학기술분야의 전문기관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을 예타 조사기관으로 선정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국과연은 예타 조사기관 선정을 놓고 7개월째 고심해 왔다. 국과연 규정에는 ‘필요한 경우 변경할 수 있다’고 예외 항목이 있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KDI가 전담해 예타를 시행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타 권한이 과기정통부로 이관되면 실타래가 풀릴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KISTEP이 시행하는 예타가 가능하게 된다. 또 R&D 등 과학기술 분야에 특화된 평가기관이다 보니, ETRI 울산연구센터 건립 예타 통과의 열쇠가 되는 중요편익 항목의 입증과 정책적 분석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 관계자는 “예타 권한이 과기정통부로 이관되면 ETRI 울산연구센터 재예타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예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 모색에 행정력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과기정통부가 실제 R&D 예타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기본법과 국가재정법이 개정돼야 한다. 관련 법안은 지난 6월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120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이 개정안에 대한 여야의 견해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의 경우 지난 10일 기재위에 법안이 상정됐다. 두 법안은 연말께 일부 수정을 거쳐 국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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