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성 예산 부풀리기 경쟁…농해수위 3조·국토위 2조 이상 늘려

 

국토위에선 정부가 삭감한 SOC 예산 절반을 도로 증액
“예결위에선 증액 반영 어려워…생색내기 그칠 것” 지적도

국회 상임위별 예산심사가 순차적으로 완료되는 가운데, 올해도 여야 의원들이 ‘선심성 예산’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상임위 차원의 증액요구가 15일까지 벌써 1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임위에서의 증액요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만큼 결국은 ‘생색내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를 기준으로 16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9곳이 예산심사 결과보고서를 제출했으며, 이 상임위들이 요구한 지출 증액 규모는 8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전날 오후 늦게 상임위 예산심사를 마무리한 정무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더하면 현재까지 심사를 마친 상임위는 12곳, 상임위 증액 요구액은 약 9조 5000억 원에 이르게 된다.

아직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정보위원회 등 4곳의 예산심사가 완료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상임위 예산 증액요구는 10조 원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상임위별로 살펴보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나 국토교통위원회 등에서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이나 지역사업 예산에 대한 증액요구가 쏟아졌다.

우선 농해수위에서는 3조 원 이상이 증액됐다.

산하 부처 중 농식품부 예산의 경우 14조 4940억 원을 편성해 왔으나, 심사 과정에서 감액 없이 무려 2조 3320억 원을 증액했다.

여기에 해양수산부 예산도 5525억 원, 산림청 예산도 1353억 원, 농촌진흥청 예산은 670억 원, 해양경찰청 예산은 139억 원 늘어나는 등 증액 규모를 합치면 3조 700억 원에 이른다.

국토위의 경우 2조 3600억 원을 증액 의견으로 제출했다.

정부가 전년 대비 4조 2000억 원을 줄여 예산을 편성했으나, 국토위 심의 과정에서 절반가량이 회복된 셈이다.

철도 건설 관련 5594억 원, 고속도로·국도 건설 관련 4984억 원을 각각 증액하는 등 SOC 예산이 대폭 늘었고, 철도 유지·보수와 시설 개량 예산도 3405억 원이 증액됐다.

국방위원회도 국방부, 병무청, 방위사업청 등 소관 기관의 내년도 예산안을 정부 안보다 총 7141억 원을 증액했다.

군인복지기금 예산을 14억 5000만 원 늘렸고, 동원 예비군 훈련 보상비를 1만 5000원에서 4만 원으로 대폭 인상하기 위해 국방부 일반회계에 포함된 관련 예산을 정부안보다 99억 8500만 원 증액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6월 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지역예산 늘리기, 예산확보 성과 쌓기 경쟁에 나선 것이 이런 ‘예산 부풀리기’의 원인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는 상임위에서 넘어온 의견 가운데 감액 요구는 잘 받아들여지지만, 증액요구는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실제 편성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예산 증액을 내세워 생색내기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전날 열린 첫 예산안조정소위원회 회의에서는 여야가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사업화 지원 예산을 두고 입씨름을 벌인 끝에 84억 원을 삭감했고, 구매조건부 기술개발 사업과 소상공인성장지원 사업 등에서 각각 50억 원과 38억 원을 감액하는 등 거침없이 ‘칼질’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상임위가 제출한 각종 증액 의견에 대해서는 “증액 폭이 적절한지 다시 들여다보자”는 의견이 나오며 결론이 유보되는 일이 잦았다.

예결위 관계자는 “매년 상임위에서는 9조~10조 원의 증액 의견을 보내지만, 예결위에서는 이를 받아주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