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주요 시설 장악…“대통령 옆 범죄자 겨냥” 쿠데타 부인

▲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15일(현지시간) 무장군인과 탱크가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 집무실로 이어지는 인근 도로를 지키고 있다. 짐바브웨 군부는 이날 국영방송사인 ZBC방송을 장악, 정권을 잡았다고 발표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군부는 무가베 대통령 주변의 범죄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무가베 대통령의 37년 독재정치가 종말을 앞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부부 소재 확인 안 돼…대통령 부인 측근 재무장관 구금
美·英, 자국민에 “외출 삼가라” 당부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이 장기 군림한 짐바브웨에서 군부가 실권을 장악했다.

군부는 무가베 대통령이 안전하다고 발표했지만, 그의 37년 독재는 종말에 임박했다.

AP와 AFP 등 외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짐바브웨 군부가 권력을 장악했다.

국영 ZBC방송을 점령한 군부는 대통령 주변의 범죄자를 겨냥해 군대를 움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부시소 모요 소장은 “우리는 오로지 대통령 주변의 범죄자를 노린 것”이라면서 “임무를 완수하는 대로 상황이 평시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가베 대통령과 가족은 안전하고 건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 부부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짐바브웨.

앞서 이날 대통령 사저 근처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가베 대통령의 맨션과 가까운 곳에 사는 한 주민은 “오전 2시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에 그(무가베 대통령)의 집 쪽에서 3∼4분 사이 30∼40발의 총성이 들렸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군대가 배치된 하라레 중심가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렸다는 목격담을 전했다.

이날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상자 등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짐바브웨에 체류하는 자국민에게 안전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짐바브웨 주재 미국대사관은 이날 공관 운영을 중단한다고 공지하고, 현지에 체류하는 자국민에게는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안전한 곳에 머무르라고 당부했다.

영국 외교부도 짐바브웨에 체류하는 국민에게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 안전하게 집에 머물라고 조언했다.

군부는 정부 전복 의도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무가베 대통령의 권력 독점은 끝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군부 쿠데타는 대통령 부인과 전 부통령의 권력투쟁 상황 후 약 8일만에 발생했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군부가 이구나티우스 촘보 재무장관을 감금했다.

촘보 장관은 그레이스 여사(42)가 이끄는 집권당 내 파벌 ‘G40’의 핵심 인물이다.

▲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짐바브웨.

최근 짐바브웨 정세는 군부와 여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의 대립으로 숨 가쁘게 돌아갔다.

짐바브웨 군부 수장인 콘스탄틴 치웬가 장군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해방전쟁 참전용사 출신 정당 인사들을 겨냥한 숙청을 당장 멈추라“고 요구하고 ”군대가 혁명을 보호하는 문제에 개입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6일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히던 에머슨 음난가그와(75) 전 부통령을 전격적으로 경질했다.

이는 무가베 대통령이 부인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는 포석으로 해석됐다.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지난 6일 경질되고 나서 해외로 도피했고 성명을 통해 나중에 짐바브웨로 돌아와 무가베 대통령과 맞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방장관 출신인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군 장성과 참전용사들의 지지를 받는 인사다.

음난가그와는 1977년 해방 전쟁 당시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하는 등 오랫동안 무가베 대통령을 가까이서 도왔지만, 그레이스의 대통령직 부부 승계 시도를 계기로 정적 관계가 됐다.

그레이스는 이달 5일 ”내가 대통령직을 기꺼이 물려받을 것“이라고 말하고, 무가베 대통령에게 자신을 후계자로 지명하도록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1980년 짐바브웨가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37년 동안 집권했지만 독재와 사치, 경제 파탄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