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주일동안 카자흐스탄 연주회를 다녀왔다. 3년4개월의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임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국립합창단을 이끌고 카자흐스탄의 새로운 수도 아스타나와 수도에서 비행기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파블로다르라는 두 도시를 방문했다.

우리가 보통 카작스탄이라 부르는 나라. 현지에서 발음을 들어보니 카자흐스탄에 가깝지만 발음을 따라하기는 더 어렵게 느껴졌다.

면적은 우리나라(남북)의 12배가 되는 땅 부자이지만 인구는 1900만명이 안된다. 얼마 안되는 인구이지만 120여 종족이 산다. 다민족국가의 정형을 보여준다. 분포도를 보면 카자흐인(63.1%)이 제일 많지만 러시아인(23.7%), 우즈베크인(2.8%), 우크라이나인(2.1%), 기타(8.3%)로 돼 있다. 한국인(정확히 말해 고려인)이 0.6%로 9번째(약 10만명)로 많은 인구수를 점하고 있다.

80년 전 스탈린에 의해 강제이주 당했던 고려인들은 지금 카자흐스탄의 모든 분야의 엘리트 그룹에서 한민족의 우수성을 나타내고 있었다. 러시아어나 카작어를 쓰고 있는 고려인 3세, 4세들을 만났을 때는 통역을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밖에 없어 서로 안타까워했다.

카자흐스탄 수도는 오랫동안 알마티라는 도시였다. 20년전 아스타나로 수도를 이전하여 체계적 개발과 도시미관을 고려한 건축으로 멋진 도시건설이 진행중이었다.

우리 합창단은 아스타나와 파블로다르, 두 도시에서 연주하는 동안 고려인들이 갖는 자긍심을 수준 높은 연주로 나타냈다. 현지인들이나 특히 카자흐스탄의 내로라는 음악가들이 대한민국 합창을 듣고 감격하여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청중들은 앙코르를 청하기 위해 전원기립해 박수를 치기도 했다. 가슴 깊이 대한민국의 문화적 우월성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방증으로 삼아도 될 듯 싶었다. 그들의 감수성은 대단히 높았다. 카자흐 민요나 러시아 노래를 들을 때는 국립합창단이 부르는 노래에 리듬을 맞추어 손뼉을 쳤다. 점점 빨라지는 부분과 느려지는 부분, 그리고 독창부분에서는 손뼉을 멈추는 등 상당한 음악감상 수준을 보여주었다. 인상 깊은 연주를 마쳤다.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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