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롬 파월 의장후보 지명
경제·금융 상황에 대한 높은 식견
강력하고 안정된 리더십 평가

▲ 신병곤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지난 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의 새로운 의장 후보자가 발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연준 이사인 제롬 파월을 16대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한 것이다.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 파월 후보자의 성향이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상원의 인사 청문회가 남아있으나 인준절차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의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오면서 연준 이사 선임과 재선임 과정을 잘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파월 후보자는 재닛 옐런 의장 후임으로 내년 2월3일부터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파월 의장 후보자는 2012년 이사로 임명되면서 연준과 인연을 맺었다. 그 전까지는 법률회사와 월가의 투자은행 등에서 활동했으며 90년대 초반 부시 정부에서는 재무부 차관도 역임했다. 지명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소 이례적인 그의 학력이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 경제학 박사들이었던 전임자들과는 달리 그의 전공은 법학이다. 1978년 밀러 의장을 마지막으로 비경제학자가 지명된 것은 처음이다. 이 점을 불안시하는 시각도 있으나 연준 직원들이나 이코노미스트들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연준 이사직을 수행하면서 거시경제에 관한 높은 식견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그들의 평가이다.

한편 미국인으로서는 다소 작은 체구, 항상 웃는 모습과 친근한 성품의 옐런 의장은 4년 단임으로 임기를 마무리하게 된다. 연준 의장직을 단임으로 마치는 경우는 40여년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첫 임기가 만료된 연준 의장은 연임을 허용했다. 그렇다고 옐런 의장이 의장직을 수행하는데 특별히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금리 인상에 신중한 이른바 비둘기파로서 경기회복을 견인하는 가운데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추진했다는 점은 업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간결한 표현으로 정보를 투명하게 제시하는 것에는 정평이 나 있었다.

잘 알려진 대로 미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때 경제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해 금리를 낮추는 한편 국채 등의 자산을 대규모로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들을 도입했다. 이후 미국경제가 점차 회복되면서 연준은 비상국면의 경제상황에서 취해진 정책들을 다시 원래대로 돌리는 방향을 모색해왔다. 2014년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는 정책(테이퍼링)에 이어 2015년 이후 4차례의 금리 인상 조치가 실시됐다. 올해 10월부터는 보유 자산 규모를 줄이는 조치를 시작했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파월 후보자는 옐런 현 의장과 마찬가지로 금리 인상과 보유자산 축소가 지속적이면서도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파월 후보자가 취임하면 그를 기다리는 과제가 가볍지 않다. 미국 경제는 성장률과 고용관련 지표가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2009년 7월에 시작된 경기확장 국면이 8년째 이어지고 있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목표치 2%를 밑도는 저물가 상태에 머물러 있다. 9월에 옐런 의장은 이를 ‘미스터리’로 해석했다. 경기가 호황인데도 물가가 낮은 이유를 꼭 집어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저물가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제약을 줄 수 있는 고민거리라는 것이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멤버 중 4명의 이사들이 새로 임명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파월 후보자와 정책방향이 다른 인사들이 다수 임명될 경우에는 정책결정시 의견 대립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고, 반대로 친 트럼프 정부 인사들로만 임명될 경우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후보자의 지명 이유로 강력하면서도 안정된 리더십이라고 설명했다. 미 연준 의장은 세계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다. 그런 만큼 경제금융 상황에 대한 깊은 통찰력 못지않게 난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확고한 믿음과 과감한 결단이 요구된다. 소설 피터팬에 나오는 구절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날 수 있을지 없을지 의심하는 순간 날 수 없게 된다.”

신병곤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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