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복금 울산 북구의회 의장

부쩍 쌀쌀해진 요즈음이다. 가을은 온데 간데 없이 스쳐 지나가고,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이 성큼 다가온 모양이다. 겨울은 바쁜 일상에 쫓기다가도 따뜻한 나눔과 이웃에 대해 돌이켜보게 하는 계절인데, 요즘 부쩍 자주 들리는 쓸쓸한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고독사’다. 부산에서 최근 몇달새 20여건에 달하는 고독사 소식을 접하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기록적인 고령화와 더불어 가족으로부터 단절되고 사회적 관계에서도 고립된 채, 홀로 쓸쓸히 세상을 떠나는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준비되지 못한 노후를 맞이한 우리나라 노인의 삶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 아슬아슬하다.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하다가 이처럼 ‘고독한 죽음’을 맞는 노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 개인주의로 인한 사회안전망의 해체는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인구의 고령화가 우리보다 앞서 진행된 일본은 고독사 역시 우리보다 앞서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1970년대 미야기현 센다이시에서 70대 노인이 숨진 지 9년 만에 발견되면서 사회에 큰 충격을 줬고, 무연사(인간관계가 끊긴 상태에서 홀로 숨져 거두어줄 사람이 없는 죽음), 유품정리회사 등이 신종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문제는 우리가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도 일본과 별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무연사회라는 것이 아주 위험하고도 고독한 사회를 초래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재정지원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거시적 관점에서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고령사회에 대응해야 하겠지만, 이때 지방정부는 지역사회 공동체성 회복을 통해 사회관계망을 확대해야 한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마을공동체’의 회복이 그 핵심이다. 홀로 사는 노인 중에는 사회생활이 거의 없고 가족과도 잘 만나지 않아 고립된 사람이 많다. 이에 노인인구가 많은 농촌에서는 고독사 예방을 위해 ‘공동거주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5명에서 10명의 노인들이 한 집에서 생활하며 서로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체 노인인구 1만여명 중 약 40%가 단독가구인 경상남도 의령군은 공동거주제가 모범적으로 정착되고 있는 곳이다. 의령군 내 49개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공동거주를 도입하면서 최근 6년간 고독사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쓰레기나 가스, 수도 사용량 확인을 통해 독거노인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 등 다양한 생활 속의 대안이 등장했다. 또 지자체는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어 지역 내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응급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교육하기도 한다. 비영리조직인 콜렉티브하우징 등이 주도하는 ‘콜렉티브하우스’(공동체주택) 운동도 주목받는 대안 중 하나다. 외롭게 사는 사람들이 연대해서 고독감을 이겨내기 위한 새로운 마을공동체인데,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들이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웨덴 역시 개인이 소외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노인들이 한 곳에서 생활하는 ‘그룹홈’ 제도가 활성화돼 있다. 미국의 경우 노인들이 다른 독거노인을 방문해 말벗을 해주거나 아플 때 간병을 해주는 ‘노노케어’가 활발한 편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고독사를 내 부모, 내 형제의 문제로 공감하고 강력한 해결 의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사회관계가 단절된 독거노인의 고독사를 예방하고, 상호돌봄체계를 유도하기 위해 ‘독거노인 친구만들기사업’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우리 북구는 올해 2월부터 시범운영 중에 있다. 앞으로 선진국에서 검증된 제도를 적극 수용하고, 현재 국내에서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공동거주제, 마을공동체 등의 대안 등도 우리 지역 실정에 맞춰 고려해보고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안부확인 전화, 방문확인 등의 노인돌봄기본서비스와 위급상황을 미리 방지하는 응급안전알림서비스를 점진적으로 확대 제공하고, 소득·주거·건강·대인관계 등이 취약한 이들을 위해 제도적인 사회안전망 및 단절된 인간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지자체의 실질적이고 손에 잡히는 지역사회 안전망 확충도 시급하다. 외로운 어르신께는 ‘너와 내가 함께 하는 공간’과 ‘인간관계가 주는 관심’이 바탕이 된 따뜻한 사회안전망 확충이 그 해답이라고 본다.

정복금 울산 북구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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