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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야기-아름다운 살기좋은 집]공간에 대한 과한 욕심 버리면 편안함 늘고 부담감 줄어(5)절제된 아름다움이 있는 공간
경상일보-울산건축사협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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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15  17: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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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실옥외테라스와편백나무.

최소한의 공간으로 이뤄진 집
기본공간만으로도 불편함 없어
유일하게 사치스러운 공간은
요리사 주인을 위한 부엌뿐

거실문 열면 편백나무 한눈에
아름다운 풍경에 보호수 역할
숨겨진 현관문과 창문들
외부와 명확히 분리돼 안정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류 문명은 변화무쌍하게 바뀌어가는 듯해 보인다. 하지만 사물의 본질적인 개념 혹은 속성은 변함없이 일정하다.

삶을 영위하게 해주는 기본적인 요소들중 의, 식, 주가 있다. 이들에서도 목격되는 것은 시대와 문명에 따라 외관은 실로 많은 변화를 거듭해 오는 듯 하나 의, 식, 주의 기본 개념과 속성은 변하지 않았고 또 변할 수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 중 주거건축은 시대와 지역 그리고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되어 내외 공간들의 형태가 획기적으로 변화돼 왔다. 그런데 그 것은 다만 시대적, 문화적 발달에 따른 적용과 요구 등으로 인해 다양한 장식과 치장이 주거공간에 입혀진 것에 불과하다. 그 것이 가져야 할 개념과 기능이 사적인 공간이어야 하고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되는 피난처여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벗어난 적이 없다. 특히 집은 주거공간으로서 기본적인 개념과 기능들이 거주자의 마음에 잘 부합하는 조화로운 공간이어야 한다. 즐거움을 주기 위한 공간표현의 문제는 심미적인 측면이고 이는 부차적인 문제다.

   
▲ 접근로와 편백나무.

필자는 그 한 사례를 보여주고자 한다. 주거공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것들로만 구성된 작은 집이다. 그 집은 70~-80년대에 신축된 단독주택과 최근에 건축된 원룸 건물들이 혼재되어 있다. 울산시 중구 복산동의 한 주택지에 한 쌍의 부부만을 위해 신축된 단층 단독주택이다. 주변의 주택들과는 달리 하얀 사각박스 두 개로 단순하게 집 형태를 형성하고 있다. 그 형태가 주변 건축물들에 비해 지나치게 단순하여 무미건조 해 보이다가도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집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귀를 기울이게 만들어 버린다.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집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경사 진 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발걸음을 떼다보면 대문이 아닌, 100년 된 편백나무가 먼저 사람을 맞이한다. 편백나무는 원래 집을 짓는 과정에서 가장 큰 방해 요인이었다. 그래서 나무를 제거 할 계획까지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집 주인과 집을 설계했던 안성규 건축가는 나무를 원래의 모습대로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그로 인해 편백나무는 집을 지키는 보호수 역할과 영역을 표현하는 상징적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집의 옥외공간까지도 넉넉하고 풍요롭게 연출하고 있다. 건물들로만 채워져 있는 주택지에서 편백나무는 거실 옥외테라스 공간과 어우러져 거주자들에게 자연의 즐거움마저 선사한다.

   
▲ 감추어진 현관문.

이 집의 경계는 외부와의 이어지는 현관문이다. 그런데 현관문은 접근로에서 전혀 볼 수가 없다. 개방되어 있는 마당으로 들어와야만 찾을 수 있다. 또한 마당에서 내부를 인지할 수 있는 창도 없다. 이러한 것들은 개인적인 공간인 내부 공간들을 외부로부터 명확하게 분리시켜 안정감을 안겨준다.

내부공간을 보면 거주자인 부부만을 위해 최소한의 공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부부의 사적 공간인 침실과 파우더룸, 손님을 맞이하거나 다용도 공간인 거실공간, 요리사인 집주인을 위한 부엌공간, 그리고 주택의 기본 공간인 욕실과 현관으로 꾸며져 있다. 그 외 다른 공간은 이 집에서 불필요하다. 현재의 공간만으로도 개인적인 삶을 사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을 뿐 더러 만족감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 부엌공간.

각각 3.9m, 4.2m 길이의 사각공간인 거실은 거주자들에게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홀로 오붓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친근한 지인들과 사람 냄새를 맡으며 대화하는 친교의 공간도 된다. 공간에 대한 과한 욕심을 버리면 편안함은 늘어나고 부담감은 줄어든다. 실외 테라스와 연결되어 있는 거실문을 개방하면 이 집의 보호수인 100년 된 편백나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나무 한 그루가 빚어내는 자연스러움이 거실 안까지 부드럽게 이어진다. 거실 문으로 들어오는 사계절의 모습은 주택지가 가지고 있는 과거의 모습과 조화되어 마음의 안정과 즐거움까지 늘려준다.

   
▲ 숨겨진 안마당.

부부만을 위한 사적인 공간인 침실은 편안한 휴식이라는 한가지 목적에만 맞추어져 있다. 침실공간에 다양한 삶의 행위를 계획하여 침실공간을 풍요롭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집의 침실공간은 모든 것으로부터 절제되어 본래의 기능인 편안한 휴식만을 추구한다. 침실과 연결된 파우더룸은 침실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기능을 보완해 줌으로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침실공간을 형성한다.

   
▲ 침실공간.

최소한의 공간으로 이루어진 이 집도 주인을 위한 사치스러운 공간이 있다. 요리사인 집주인을 위한 부엌공간이다. 집 규모에 비해 엄청 큰 부엌공간은 이 집의 중심공간이지만 다소 아쉬움이 남는 공간이기도 하다. 시공 과정에서 초기 계획과는 달라져 집주인과 건축가가 의도한 것들이 펼쳐지지 않았고 그 결과 애매한 공간으로 남고 말았다. 하지만 집주인은 만족하고 있으며 방문객들에게 집주인에 관한 직업이나 취향을 은연 중에 알려주는 듯도 하다.

   
▲ 거실공간.

이 집에서는 협소한 대지와 열악한 주변 환경을 해결하려는 안성규 건축가의 공간학적 미학 개념을 엿볼 수 있다. 인류가 필요에 의해서 집을 짓기 시작한 마음으로 돌아가 절제된 공간으로 표현한 순수한 공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그의 집은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장식에만 급급한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의제를 던지고 있다.

   
▲ 우세진 울산과학대 공간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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