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민 울산문화재단 기획경영팀 대리

얼마 전 세계 유수의 음악콩쿠르인 쇼팽콩쿠르에서 한국의 한 청년이 우승했다. 클래식의 본고장이라는 유럽에서, 그것도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인 쇼팽의 이름을 건 그 콩쿠르에서 말이다. 그간 임동혁, 손열음 등이 세계무대에서 선전했으나 3대 콩쿠르라는 곳에서 우승을 하기는 처음이니 경사도 이런 경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클래식계에선 조성진 광풍이 불었고, 연주회를 여는 족족 매진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먼발치에서 바라보니 왠지 그들만의 잔치인 것 같기도 하고, 이번 기회를 삼아 클래식을 즐겨보려 해도 왠지 여의치 않다. 하지만 쉽게 포기하긴 이르다. 지피기기면 백전백승이라. 먼저 클래식이 감상하기 어려운 이유부터 살펴보자.

클래식은 길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다. 가요가 대게 3~4분정도인데 비해 클래식은 10분이 훌쩍 넘어간다. 거기다 교향곡은 30분은 보통이다. 정말 길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독일의 극작가였던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의 말을 빌리자면 음악은 시간예술이다. 음악감상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모나리자는 1분을 보든 10분은 보든 작품을 보기는 본거다. 하지만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을 듣기 위해선 1시간 가량을 투자해야 한다. 또 1~2번을 들어서는 귀에 들어오지 않고, 네댓 번은 들어야 주제선율이라도 기억나는데 이 시간은 현대인들에게 결코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장르다. 클래식도 교향곡, 협주곡 등 수많은 장르가 있다. 장르도 많고 복잡하니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다. 시작조차 어려운 것이다.

마지막 이유로 클래식의 구조적 특성에 있다. 우리가 주로 듣는 고전, 낭만은 구조적으로 설계된 음악이다. 소나타는 3악장, 20분정도는 돼야 구색이 맞았고, 교향곡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게다가 낭만이 무르익을 땐 클래식은 더 복잡해지고 악장도 늘어난다. 갈수록 태산이다. 그것뿐인가? 겨우 구조적인 틀에서 해방됐을 땐 음악이 난해해진다. 전공자들조차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클래식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우선 대규모 편성의 곡들보다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곡들을 우선 접하는 것이 좋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쇼팽의 야상곡 등을 들 수 있다.

또 한 곡을 전부 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을 듣는다면 유명한 1악장의 도입부만 들어도 된다. 굳이 30분 가까이 되는 전곡을 억지로 들을 필요 없다. 클래식을 즐기다보면 전곡을 감상할 기회는 반드시 온다.

마지막으로 공연장을 방문해 보자. 즐겨듣는 클래식을 몇 곡 만들고, 그 곡이 공연장에서 연주된다면 무조건 가는 것이다. 아마도 공연 프로그램의 절반 이상은 생경할거다. 하지만 핵심은 여기에 있다. 새로운 장르에 대한 개척은 음원이 아니라 공연장에서 대개 이루어진다. 공연장에서 듣는 클래식의 현장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짧게나마 클래식 감상이 어려운 이유와 접근법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클래식을 즐겨듣는 나에게도 어려운 곡들이 많고, 때로는 지루하다. 하지만 클래식을 듣다 보면 어느 음악에서도 느끼기 어려운 맛이 있다.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을 즐기는데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클래식, 과감히 도전하길 추천한다.

서정민 울산문화재단 기획경영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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