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내 공무원 대피방송 뒤
3분 지나서 재난문자 발송
대강당 장애인의 날 행사
장애인엔 대피안내도 안해
일부 기초단체 대응도 미흡

▲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5일 울산시청 직원들과 관내 어린이집 원생들이 시청 햇빛광장으로 대피해 있다. 이창균기자

규모 5.4의 ‘포항 지진’으로 울산지역 전체가 크게 흔들렸지만, 울산시의 초기 재난 대응력은 한계를 드러내 시민들을 불안케 했다.

행정이 우왕좌왕하면서 스마트 재난상황정보 전파시스템까지 구축한 대피 문자는 지진 발생 20분이 지나서야 발송해 시민들의 혼란을 초래했고, 행사차 시청 대당강을 찾은 수백명의 장애인들은 공무원들의 안전불감증 때문에 재난에 무방비로 방치돼야 했다. 행정이 지난 경주지진을 겪고도 또다시 초기 재난 대응력에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재점검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 지체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한 수백명의 장애인들이 울산시의 미흡한 대처로 30분간 지진으로부터 대피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시 늦은 판단에 시민 ‘혼란’

포항 지진이 발생한 오후 2시29분31초께 울산 전역에서도 건물 흔들림이 뚜렷이 느껴질 정도로 강한 진동이 감지됐다.

기상청에서 발송한 ‘지진 발생, 안전에 주의바랍니다’는 긴급재난 문자메세지가 30초만에 도착했고, 시민들은 진동을 지진으로 인지했다.

울산소방본부와 울산지방경찰청 112상황실 등에 시민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한동안 휴대전화, 인터넷 등 통신 불능 사태가 일어났고, 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긴급재난문자 송출 권한을 가진 울산시의 대피 관련한 문자메시지는 없었다. 그러는 사이 시민들은 ‘강력한 여진이 이어지는 지’ ‘대피를 해야하는 것인 지’ 등을 걱정하며 우왕좌왕했다.

스마트 재난상황정보 전파시스템까지 갖춘 울산시의 뒷북 문자는 지진 발생 22분여가 지난 오후 2시51분에서야 시민들에게 도달했다. 그것도 울산시가 청사내 시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자체 대피방송을 한 지, 3분이나 뒤에서야 온 문자였다.

청사에 있던 시민 A씨는 “시민들보다는 공무원이 우선인 안전 행정”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공무원 대피 과정에서도 문제점은 드러났다. 지진 상황에서는 엘리베이터는 절대 타면 안 되지만, 대피 당시 대부분의 엘리베이터는 ‘만원’이었다. 공무원 스스로가 지진 대피 매뉴얼을 외면한 것이다.

◇행사 참석 장애인 대피 안내 없이

공무원만 대피

무엇보다 울산시의 재난 불감증이 드러난 부분은 지체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다. 행사는 오후 3시 울산시청 2층 대강당에서 열리기로 돼 있었다.

대강당에는 오후 2시30분부터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장애인 등 400여명이 모여 있었다.

그러나 지진발생 30분이 지난 오후 3시가 가까이 되도록 어떤 공무원도 이들에게 대피 안내를 하지 않았다. 반면 시청 햇빛광장에는 이미 대피한 공무원들로 가득차 있었다.

포항발 여진이 이어지던 오후 2시59분께 행사장에 도착한 김기현 시장이 대강당 단상에서 행사 취소와 대피를 밝히면서 수백명의 장애인들은 청사 밖으로 몸을 옮길 수 있었다. 대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강당인데다, 움직임이 편하지 않는 장애인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울산시는 최우선으로 장애인들을 대피시켰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일부 기초지자체 대응력 미흡

미흡한 초기 대응력은 일부 기초지자체에서도 일어났다. 수백명의 공무원과 민원인들이 오갔지만 지진 발생 즉시 대피방송을 한 곳은 사실상 울주군청뿐이었다.

북구청은 별도의 상황 전파 또는 대피방송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진 발생 30분 뒤에야 지진 발생과 관련한 첫 안내 방송이 이뤄졌을 뿐이다. 남구청도 안내방송만 했을 뿐이고, 동구청은 방송조차 하지 않았다. 구·군청 대다수의 직원들은 지진 발생 후에도 청사 내에 남아 업무를 이어가는 등 안전불감증을 보였다.

한편 지진발생 시 행동매뉴얼에는 초기 대응단계로 신속한 초동조치와 상황 전파·보고, 인명피해 최소화 및 주민 및 선박 대피 등을 명시하고 있다. 최창환·김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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