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강제 사임설’ 레바논 총리 프랑스로 초청…“며칠 내 도착할 것”

▲ 지난 9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사드 알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악수하는 모습.

레바논 대통령 “총리, 사우디아라비아가 억류”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중 전격 사임을 발표, ‘강제 사임설’이 불거진 사드 알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앞으로 며칠 내에 프랑스로 갈 것이라고 프랑스 대통령실 소식통이 15일(현지시간) AFP에 전했다.

이 소식통은 하리리 총리와 그의 가족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초청으로 “며칠 내에 프랑스에 도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독일 본에서 열린 기후변화 회의 후 취재진에게 하리리 총리와 그 가족을 프랑스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성명에서 이번 초청은 마크롱 대통령이 사우디 모하마드 빈살만 제1왕위계승자(왕세자), 하리리 총리와 전화통화를 한 후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빈살만 왕세자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내가 하리리 총리와 그 가족을 며칠간 프랑스로 초청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초청이 망명 제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장 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도 이날 사우디를 방문해 빈살만 왕세자를 만났으며, 16일에는 하리리 총리와 만날 예정이다.

▲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중에 전격 사임을 발표해 중동 정국에 소용돌이를 일으킨 사드 알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계정에 "나는 괜찮고, 신의 뜻대로 앞으로 이틀 안에 돌아갈 것"이라고 썼다. 그는 사우디를 방문한 베샤라 알라히 레바논 마론파 기독교 총대주교를 만난 지 몇 시간 만에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사진은 이날 사우디 리야드에서 라히 총대주교(오른쪽)를 만난 하리리 총리.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하리리 총리가 지난 4일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레바논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자 지난 9일 밤 사우디를 급거 방문,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 레바논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과 협의하는 등 이번 사태 중재에 나선 바 있다.

프랑스는 과거 레바논 식민통치 등으로 역사적으로 이 나라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하리리 총리도 수년간 프랑스에서 지낸 적이 있고 현재도 프랑스에 집이 있다.

레바논은 지난 몇 년 사이 세력을 계속 확장하고 있는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근거지로, 중동의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 사이의 긴장이 최근 고조되면서 급속히 정정불안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하리리 총리가 사우디 방문 도중 TV 연설을 통해 이란의 내정 간섭을 비판하고 자신이 암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토로하며 총리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하면서 레바논을 둘러싼 긴장은 급격히 고조됐다.

레바논에서는 상당수가 하리리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가 사우디의 압력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아직 레바논으로 돌아오지 않은 하리리 총리가 사우디 당국에 붙잡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란과 헤즈볼라는 사우디가 그를 사실상 납치·감금하고 이란의 레바논에 대한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이날 하리리 총리가 사우디 측에 의해 억류돼 있다고 밝히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바논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측의 억류 혐의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하리리 총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나는 아주 잘 있으며, 내가 약속했듯이 사랑하는 레바논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AFP는 이는 자신의 억류설을 가라앉히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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