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그림 이상열

목만치는 대가야의 목줄인 주성이 무너졌다는 말을 듣자 화살이 자신의 심장을 쏘는 듯 했다. 목만치는 즉시 아신왕 앞으로 보내는 글을 썼다.

대왕마마,

적들의 공격으로 뇌질왕가의 무덤이 있는 주산성이 함락되었습니다. 이들은 포로 목라근자를 송환하는 조건으로 대가야의 회복을 요구하고 있지만 저는 부자의 정보다 나라의 이익을 앞세워 단번에 그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어라궁을 사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뇌질왕가를 등에 업고 주산성을 차지한 적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고 우리 백제군은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 하에 점점 고립무원에 빠져가고 있습니다.

대왕마마, 전에도 아뢰었듯이 저의 요청은 분명합니다. 적과의 협상입니다. 제 아버지 목라근자를 송환받고 저희 부자가 종발성을 차지하는 조건으로 대가야에서 물러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중가야에서는 과거처럼 원상회복이 되고 대신 서가야 6국은 얻게 되어 우리 백제는 이번 전쟁에서 큰 이익을 얻게 되는 셈입니다.

적과 전쟁을 선택하게 되면 중과부적입니다. 대가야의 어라성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는 진무 장군 휘하에 잘 훈련된 정규군 일만 명이 필요합니다. 적들은 광개토왕의 고구려군보다 뇌질왕가군을 더 신뢰하고 왕가의 문장인 오동나무 삼엽창기 아래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습니다. 게도 구럭도 다 잃기 전에 대왕께서 광개토태왕과 협상하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창을 베고 칼 위에서 잠을 자고 있으며 대왕마마에 대한 충성심은 조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명령만 기다리겠습니다.

대가야 도독 목만치 장군 배상

목만치는 비장하게 글을 마무리하고 서신을 위례성의 아신왕 앞으로 보냈다.

목만치는 집사인 염사치를 불렀다.

“염사치 집사, 그대는 후누 장군과 각별한 사이라는 것을 들었다.”

“고구려가 지배할 때 후누 장군과 함께 대가야 광복의 꿈을 함께 가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적이 되어 싸우고 있습니다.”

과거 염사치는 후누 장군과 함께 고구려로부터 대가야의 회복을 꿈꾸는 동지였으나 가는 길은 판이하게 달랐다. 후누 장군은 뇌질왕가의 힘으로 고구려로부터 대가야를 찾겠다는 일념이었다. 그러나 염사치는 그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염사치는 가야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백제의 힘을 빌려 대가야를 찾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염사치는 미리 백제의 목만치와 손잡았고 백제군이 대가야를 칠 때 길라잡이와 앞잡이가 되었다. 목만치가 대가야를 점령해 도독이 되자 그는 염사치에게 대가야 최고의 지위인 집사와 한기의 자리를 주었던 것이다.

목만치가 염사치에게 말했다.

“집사, 주성으로 가서 후누장군을 만나 목라근자 송환 협상을 해주게. 아울러 적들의 근황도 알아오게.”

 

우리말 어원연구
쏘다. 【S】soni(소니), 【E】shoot. ‘쏘다’는 쇠뇌 노(弩)와 어원을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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