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일본 지진서 피해 입증

다가구주택 대부분 ‘필로티’

울산지역내 1만동 가량 있어

내진 검사 어려운 것도 문제

정부 차원 보강 유인책 필요

▲ 16일 오후 경북 포항시 장량동 한 필로티 구조 건물 1층 기둥이 뼈대만 드러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지난 15일 역대 두 번째 규모의 강진이 포항에서 발생한 가운데, 최근 수년 사이 우후죽순으로 건립되고 있는 ‘필로티’ 건물의 피해가 큰 것으로 드러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이미 건축된 필로티 건물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내진 보강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에는 약 1만동 가량의 필로티 건물이 있다. 필로티 구조란 건물 1층에 외벽 등 기타 설비들을 설치하지 않고 기둥만 둔 채 개방해 놓은 건물 구조를 말한다.

시는 지역 필로티 구조 건물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한 적은 없지만 2002년 9월 이후 울산 지역에서 사용승인된 다가구주택의 대부분이 필로티 구조로 지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02년 9월 주차장법으로 다가구주택은 1가구당 1면씩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다가구주택의 대부분은 원룸 건물이고, 원룸 건물의 대다수는 주차장 확보를 위해 필로티 구조로 지어졌다는 것이 추정의 근거다.

2002년 9월 이후 사용승인된 울산 다가구주택은 중구 1851동, 남구 2536동, 동구 2033동, 북구 1484동, 울주군 2982동 등 총 1만886동이다.

문제는 필로티 구조 건축물이 지진에 대단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통상 건축물의 하중은 1층이 가장 크게 받고 하중의 대부분이 기둥과 벽에 분산되는데, 필로티 구조는 벽이 없어 벽면이 나눠 받아야 할 건물의 하중을 기둥이 모두 떠안는 만큼 상하·좌우 진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 포항 지진 당시 기둥이 휘고 부서진 포항시의 한 원룸 모습은 필로티 구조의 안전 문제에 대해 또 한번 불안감과 경각심을 낳게 했다.

오상훈 부산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4월 일본 구마모토 지진 당시 진원지 인근에서 무너진 노후 주택과 목조 주택을 제외하고 시내 철근 콘크리트 건물도 수십 동이 피해를 봤는데 이 중 80~90%가 필로티 구조였다”면서 “필로티는 지진에 굉장히 취약한 건물”이라고 설명했다.

필로티 건물의 하중 강화에 대한 취약한 검사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3층 이상 또는 500㎡ 이상인 모든 건축물에 대해 내진 설계를 의무화했고, 필로티 건물도 3층 이상이면 당연히 내진 설계 대상이지만 이를 제대로 검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3층 이상 건물의 내진 설계를 의무화 해놓고 정작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서 “현재 6층 이하 건물은 구조전문가가 아닌 디자인 전문가인 건축사가 내진 설계를 점검하도록 하는데 이들이 필로티 건물이 제대로 설계됐는지 검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필로티 건물의 내진 보강작업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벽이나 철골 브레이스를 더 박으면 내진 보강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1층 공간을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공사비에 따른 금전적 부담도 크기 때문에 민간이 자발적으로 내진에 대한 보강에 나서도록 정부가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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