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급락하자 당국 제동…수출 악영향 우려한 듯

유가, 금리, 원화가치가 오르는 ‘3고(高) 현상’이 경기 회복세의 변수로 떠올랐다.

유가, 금리, 환율은 내수와 수출에 모두 전방위적 영향을 미치는 가격 변수다.

지난달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9월보다 3.5% 상승했다.

9월에는 8월보다 6.8% 올랐다.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조치를 연장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유가는 꾸준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금리도 상승세다.

한국은행이 곧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시장금리가 이를 미리 반영해 뛰는 것이다.

지난해 7월 1.128%이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2.026%로 두 배 가까이로 올랐다.

여기에 환율 하락, 즉 원화가치 상승이 겹쳤다.

지난달 28일 달러당 1149.1원(종가 기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전날 1101.4원으로 하락했다.

전날 장중 1100원이 무너졌으며, 이날도 1100원을 밑도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2∼3주일 만에 달러당 50원이 급락하자 외환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외환시장에서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에 “환율 하락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단기 쏠림현상이 있는 것 같다. 시장이 안정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실상 환율 급락을 우려한 ‘구두개입’이다. 급락세가 멈추지 않을 경우 당국이 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실제 개입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이처럼 환율을 예의주시하는 것은 환율 급락이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환율이 하락하면 국제 시장에서 우리나라 수출품의 달러화 표시 가격이 상승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기업의 채산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3분기 전분기 대비 1.4%의 ‘깜짝 성장’이나 코스피지수의 거침없는 상승세는 수출이 견인한 측면이 컸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환율이 급격히 하락해 수출에 타격을 줄 경우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 경로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가 상승은 국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내수 위축뿐 아니라 석유화학 등 수출 제품의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금리 상승은 1400조 원을 넘은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키우고, 기업의 자금 조달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 역시 경기의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당국이 환율의 방향성보다는 급변동을 우려하는 스탠스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최근의 가파른 환율 하락이 수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유가와 금리 등 다른 가격 변수까지 염두에 둔 구두개입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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