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빈도·규모 따라 다르지만 “충분치 않다” 지적도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의 내진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은 해당 지역의 과거 지진 발생 빈도와 규모에 따라 결정하기 때문에 나라마다 다르다.

국내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은 우리보다 큰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국가보다는 낮지만, 지진활동 빈도와 규모가 유사한 국가와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높다는 게 한수원 설명이다.

국내 원전은 부지반경 320km 이내 지역의 과거 지진기록과 지질특성을 조사해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 강도를 산정하고 여기에 여유를 둬 최대지반가속도 0.2g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내진설계 값 단위인 최대지반가속도는 원전 건물에 미치는 실제 지진의 힘으로 통상 0.2g는 규모 6.5 수준의 지진을, 0.3g는 7.0 수준의 지진을 의미한다.

가장 최근에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고리 3호와 그 뒤로 짓고 있는 원전의 내진설계는 0.3g다.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예외적으로 규모 7.4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지진 발생 시 원자로를 정지하고 냉각하는 핵심설비인 안전정지유지계통에 대해 내진성능을 0.3g 수준으로 보강하고 있다.

원전 24기 중 21기는 이미 내진성능 보강이 완료된 상태이며, 남은 3기는 내년 6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진다발지역인 일본(0.37~0.6g)이나 미국 서부(0.2~0.75g), 대만(0.3~0.4g)은 국내보다 높은 내진설계 기준을 채택했다.

반면, 영국(0.13~0.25g), 프랑스(0.1~0.3g), 미국 중·동부(0.1~0.25g) 등 우리나라와 지진활동 빈도와 규모가 유사한 나라의 기준은 국내와 비슷하거나 낮다.

한수원은 원전이 엄격한 설계 특성 덕분에 내진설계 기준을 초과한 지진도 큰 피해 없이 견딘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 일본 니가타 지진(규모 6.8)이 발생한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은 설계 기준(0.28g)보다 높은 지진동(0.69g)이 발생했고, 2011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으로 노스애나 원전은 설계 기준(0.12g)을 초과하는 지진동(0.255g)을 겪었지만, 발전소는 안전하게 유지됐다.

한수원은 “세계적으로 지진에 의한 원전 안전정지계통의 손상이나 방사능 누출 등의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진 후에 발생한 쓰나미로 발전소가 침수되고 전력 공급이 상실돼 발생한 인재로 인한 사고”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경주지진에 이어 올해 포항지진으로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며 더 강력한 지진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과거 지진기록을 바탕으로 결정한 내진설계 기준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도 지난달 24일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결정에 대한 보완조치로 원전 안전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내진설계 보강 작업을 내년 6월까지 조속히 마무리하는 것은 물론 작년 경주지진 이후 시작한 단층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원전 내진설계 기준을 상향하고 내진보강 조치 등을 추가로 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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