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경험자 불안·우울증세

충격완화 완충과정이 필요

재난심리회복센터 무료상담

#울산 남구 삼산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A(여·34)씨는 지난 15일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건물이 크게 흔들리자 화들짝 놀랐다. 지난해 9월 경주지진을 통해 겪었던 공포감과 불안감이 다시 엄습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경주지진 당시 A씨는 한동안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밖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했고, 겨우 집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면서도 언제 또 지진이 발생할 지 몰라 잠을 뒤척여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 포항에서 강진이 다시 발생하면서 심리적·정신적 불안감이 커졌고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불안 증세가 심각해졌다.

울산시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 따르면 이처럼 지진 등 자연재난을 겪은 후 센터에 심리적 안정을 위해 상담을 요청한 건수는 지난 2014년 371건, 2015년 1104건, 2016년 1309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 11월까지도 518건을 상담,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담 실적은 줄었지만, 포항지진이 재차 발생하면서 상담 요청이 늘어날 것으로 센터는 예상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지진 등의 자연재난을 경험한 후 A씨처럼 심리적·정신적 어려움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게 센터의 설명이다. 특히 재난으로 인한 고통스러운 경험이 반복적으로 상기돼 불안, 우울, 절망상태가 지속되다가 치료를 받지 않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로 진전되기도 하고, 심하면 우울증 등을 겪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지진 등 재난 트라우마가 지속될 경우, 전문 심리상담을 받아보고 필요하다면 병원으로도 연계해 정신적·심리적 충격을 완화하는 게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이정애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상담사는 “두통, 어지러움, 심리적 충격, 무기력감 등은 혼란스러운 재난상황에서 누구나 보일 수 있는 일시적이고 정상적인 변화”라며 “센터는 재난경험자가 정상적인 일상생활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무료 도움을 주고 있는 만큼 가까운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로 전화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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