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진정 바라는 대통령의 얼굴은
우리국민과 기업을 대외에 홍보하고
국부창출 위해 동분서주 바쁜 얼굴이다

▲ 이광복 국회 입법정책연구회 부회장

오늘날 한국사회, 박정희 전 대통령은 금기(禁忌)다. 객관적 공과(功過)라도 따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적잖은 희생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역사는 초개(草芥)같은 인간이 지울 수 있는 게 아닌가보다. 지난 11월14일은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었다.

박 전 대통령을 ‘국가주의자’라 평가하는 학자들이 있다. 서강대 강정인 교수는 논문 ‘박정희 시대의 국가주의: 국가주의의 세 차원’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국가를 개인·집단·사회보다 우월한 가치로 여겼다’고 봤다. 강 교수는 그 ‘국가주의’가 집권 뒤에 ‘자립경제’와 ‘자주국방’ 추구로 발현됐다고 분석했다. 어찌됐건 박 전 대통령의 ‘부국강병에 기반 한 자주국가 지향’은 국민과 정부 모두 ‘일하고, 벌어들이고, 아끼고, 저축하고, 다시 일하는 것’을 당연시하게 만들었다. 나라 곳간이 자연스럽게 넓어졌고 또 채워졌다. 빈국(貧國) 탈출을 넘어 부국(富國)으로의 희망을 키운 것이다.

다시 2017년 대한민국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다소 심각한 분석자료(주요 재정사업이 중장기적 국가재정 여건에 미치는 영향 분석)를 발표했다. 요점은 ‘문재인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는 공무원 증원,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분 지원 등의 재정사업 때문에 문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22 국가채무가 1097조5000억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그런 추세라면 2060년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1경5499조원에 이르러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될 것이란다. 나라가 빚더미에 오른다는 뜻이다. 모두가 죽을 것만 같았던 1997년 외환위기 때 국가채무가 GDP 대비 11%에 불과했다. 당시엔 빚이라도 적었기에 외환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런데 GDP의 2배라니? 수십 년 안에 ‘국가 파산’을 맞을 수도 있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가? 문재인 정부가 나라 곳간을 채우기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삼성, SK를 제외하고 과거보다 돈 더 버는 대기업이 있는가? 수입이 늘어난 중소기업은 몇이나 있는가? 통장 잔고가 불어난 근로자, 자영업자는 또 얼마나 되는가? 과도기라 치자. 그럼, 앞으로는 돈 벌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가? 그런 희망을 갖게끔 정부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대통령이 야구장에서 시구하고, 웃는 얼굴로 국민 더 자주 만나면 우리 살림이 펴지는가?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대통령의 웃는 얼굴 한 번 더 보는 게 아닐 것이다. 내 지갑 두둑해지고, 앞으로도 그럴 희망이 보이도록 대통령이 동분서주해 주기를 바랄 것이다. 그게 본심이리라.

그런데 지금 정부는 돈 쓰는 일에 비상한 재주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역대 정부에서 지겹도록 듣던 세일즈외교는 아예 실종상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반(反)세일즈외교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얼마 전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원자력에너지 국제 장관회의에 참석해 우리 원전기술의 우수성을 알리기보다는 ‘탈원전’ 홍보에 열을 올렸단다. 우리 원전은 사지 말라는 소리다.

지금은 예전처럼 국가주의를 내세울 때가 아니다. 정부는 국민과 기업이 열심히 뛸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매일매일 창발적인 활동을 하도록 국민과 기업의 자유를 확장해줘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과 공직자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우리 국민과 기업의 우수성과 신실함을 홍보하고 다녀야 한다. 나라 곳간 털어서 쓰고 또 쓰고, 모자라면 빚까지 내서 쓰는 정부는 정부가 아니다. 그냥 애물단지다. 앞으로는 일에 쫓겨 상기된 대통령의 얼굴을 보고 싶다. 야구장에서 말고.

이광복 국회 입법정책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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