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천도 검사중…“잠복기 고려하면 앞으로 일주일 지켜봐야”
고창 오리농장 축사 노후화…예고된 ‘인재’ 지적도

▲ 20일 오전 광주 북구 용전동 영산강 인근에서 광주 북구 경제정책과 농축산유통팀 직원들이 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전북 고창의 육용오리 사육 농가에서 H5N6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된 데 이어 전남 순천만의 철새 분변도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환경부 산하 환경과학원이 순천만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 대한 유전자분석 결과 H5N6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로 확진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바이러스는 지난 13일 채취됐으며 17일 중간 검사 결과 H5형 AI 항원이 확인돼 정밀검사가 이뤄졌다.

올겨울 들어 H5N6형 고병원성 AI 확진 사례가 나온 것은 고창 농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고, 철새 분변으로는 첫 사례다.

방역 당국은 지난 15일 경기 안성천에서 검출된 H5형 AI 항원의 경우 아직 고병원성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결과는 이르면 21일께 나올 예정이다.

이 외에 13∼15일 채취된 충남(아산·천안), 전북(군산) 등 3건의 경우 모두 저병원성(H5N2형 1건, H5N3형 2건) AI로 확인됐다고 농식품부는 밝혔다.

환경과학원은 전국 주요 철새서식지에 대한 야생조류 AI 상시예찰을 더욱 강화하고, 평창올림픽 기간 강원지역에 대한 특별예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전북에서 첫 AI 발생농가가 나온 데 이어 전남의 철새 분변에 대해서도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상당 부분 퍼졌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경우에만 ‘발생’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AI에 감염된 철새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주변 농가에 바이러스를 퍼뜨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 본진은 12월 말에서 1월 사이 우리나라에 상륙하며, 이 시기 AI 바이러스도 가장 기승을 부린다.

이번에 같은 종류의 H5N6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전북 고창과 전남 순천이 물리적으로 130㎞ 이상 떨어져 있다는 점도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H5N6형 AI 바이러스가 오리에 대해서도 바로 폐사하는 등 감염증상이 즉각 나타났지만, 현재까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바이러스는 감염된 오리가 녹색 분변을 배설하는 데 그치고 부검 결과 폐사체 장기 손상이 전혀 없는 등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이에 따라 AI 잠복기가 최대 21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채 AI에 감염된 개체가 더 있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이번 고병원성 AI 발생은 시설 보수 등으로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창 오리 농가에 대한 조사 결과 축사시설 그물망과 비닐이 찢어져 있는 등 노후화가 심한 상태였다. 또 야생조류 분변이 축사 지붕에서 다수 확인됐다.

이 농가는 철새 도래지인 동림저수지 인근에 있지만,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실시 중인 오리농장 휴지기제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과거 3년간 2번 이상 AI가 발생한 농장과 그 인근 농장 등을 대상으로 휴기지제를 실시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고창과 순천은 이미 상당 부분 바이러스에 오염된 것으로 보고 심각 수준의 방역 조치를 하고 있다”며 “AI 잠복기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향후 일주일 정도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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