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스티 문학상 수상작 모음집

‘7맛7작’ 인간의 윤리·사랑 등을

음식재료 고기·면으로 분류 수록

▲ 음식을 테마로 한 장르소설을 묶은 이색 소설집이 나왔다.
음식을 테마로 한 장르소설을 묶은 이색 소설집이 나왔다.

<7맛7작>(황금가지)이란 제목의 이 책은 장르소설 공모전인 ‘테이스티 문학상’ 1·2회 수상작들을 묶은 책이다. 1회는 고기, 2회는 면이 주제였다. 음식을 소재로 인간의 실존, 욕망, 윤리, 사랑 등 심오한 주제를 다룬 맛깔나는 소설들이 담겼다.

첫 번째로 실린 ‘해피 버스데이, 3D 미역국!’(박지혜 작)은 1회 우수작이다. 미역국을 소재로 하면서 시간적 배경은 몇십 년 뒤 미래여서 SF 속성도 갖고 있다.

잡지 에디터로 일하는 주인공에게 ‘엄마의 미역국’을 주제로 한 칼럼을 쓰라는 과제가 내려진다. 집에서 늘 끼니를 해결하게 해준 ‘3D 푸드 프린터’는 고장이 났고, 어느 식당에서도 사람 요리사가 끓인 미역국을 찾기는 어렵다. 세상은 이미 3D 프린터와 드론, 로봇 같은 과학기술이 점령해 사람이 직접 요리를 하는 시대가 아니다. 인공지능 검색을 통해 어렵게 찾아간 옛날식 횟집에서 호텔 셰프 출신이지만 한 팔을 잃어 의수를 한 요리사가 집에서 끓인 것 같은 미역국을 끓여준다. 주인공은 미역국을 먹으며 죽은 동생과의 추억을 떠올린다.

이 소설은 미역국이란 소재를 통해 세상의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한다.

“기술이라는 게 우리한테 뭔가를 주는 존재인지, 아니면 빼앗아 가는 존재인지 정말 모르겠단 말이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지. 진짜 팔 대신 기계 팔을 달았다 해서 뭔가를 잃거나 새로 얻은 건 아니지 않느냐고. -1과 +1이 더해지면 0이 되듯이 우리는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라고….” (42쪽)

두 번째 작품인 ‘비님이시여 오시어’(장아미 작)는 ‘조선왕조실록’ 세종 18년의 기우제에 관한 기록을 바탕으로 한다.

왕의 음식을 요리하는 대령숙수가 왕의 명을 받고 제주 산방산에 사는 청룡의 염통(심장)을 구하러 떠나는 이야기다. 극심한 가뭄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들과 짐승들, 그 와중에도 사치스러운 음식을 즐기는 지배층의 모습이 잘 대비돼 있다.

인간이 생존을 위해 음식 재료로 삼는 세상 만물에 감사와 경의를 표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세 번째 작품인 ‘스파게티의 이름으로, 라멘’(한켠 작)은 2회 테이스티 문학상 최우수작으로, 경쾌한 문체와 발랄한 이야기 속에 따뜻함을 품고 있다.

소심하고 회사에서 일도 못 하는 초식남인 주인공이 부모에게 보이기 위해 우연히 만난 여자 ‘스테파니 황’과 계약결혼을 하는데, 그녀는 자신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셰프이며 ‘스파게티교’ 신자라고 말한다. 그녀와 함께 살며 어느덧 정이 든 주인공은 진짜 청혼을 하려 하는데, 그녀는 한마디 말도 없이 사라진다. 주인공은 사립탐정에게 그녀를 제발 찾아달라고 의뢰한다.

이밖에 ‘류엽면옥’ ‘하던 가닥’ ‘군대 귀신과 라면 제삿밥’ ‘커리우먼’ 등 총 7편을 만나볼 수 있다. 304쪽. 1만2000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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