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없이 외출한 장애인에

경품 댓가로 휴대폰 개통 요구

울산서 작년부터 피해사례 5건

전담기관 등 제도적 보완 필요

#울산 중구 성남동에 거주하는 지적장애인 2급 A(여·27)씨는 지난 11일 성남동 젊음의 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한 이동통신사 영업사원들에게 이끌려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벤트를 한다면서 영업사원들이 A씨 일행을 끌어들였고, 태블릿PC 경품에 당첨됐다며 매장 안으로 유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영업사원들은 인지능력과 의사소통이 일반인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는 A씨를 상대로 태블릿PC를 받기 위해서는 휴대폰을 바꿔야 한다는 조건을 걸면서 강제로 휴대폰 개통을 요구했다는 게 A씨 가족의 주장이다.

A씨의 어머니는 “휴대전화를 바꾼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일행도 장애를 가진 지적장애인이어서 보호자가 없었다. 딸이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하겠다는 얘기를 한 적도 없고, 바꿀 생각도 없는 상황에서 한 휴대전화 단말기 개통이 정상 계약일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A씨의 가족들은 또 영업점이 처음엔 개통철회 요구에 불가능하다고 버티다가 문제가 불거지고 항의가 이어지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 지난 13일 개통철회를 해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영업점 측은 “이벤트를 통해 권매(팔도록 권함)를 한 건 맞지만, 지적장애인인 것을 확인하고 2번이나 돌려보냈다”면서 “A씨의 구매의사가 있었고 당시에는(지적장애인인지 몰랐지만) 보호자도 있었다. 강요행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울산장애인인권포럼에 따르면 이같은 지적장애인 상대로 휴대폰 가입·요금관련 주요 피해사례는 강제 개통이나 명의 도용, 요금 폭탄 등이 발생하고 있다. 울산에서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5건의 휴대폰 관련 피해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통신사나 영업점에서는 A씨 사례처럼 자의적으로 가입했으니 별도 책임이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등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스스로가 주의하는 방법 밖에는 예방책이 없다.

윤여현 울산장애인인권포럼 센터장은 “지적장애성인의 경우 휴대폰 개통 과정에서 가입에 따른 절차나 요금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대리점에서 충분한 설명 없이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잇속을 취하면서 피해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피해 발생시 해결 절차 마련이나 전담기관 설치 등의 제도적 보완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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