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통인여관, 행화탕, 백제병원 등 오래된 여관이나 목욕탕시설 그리고 근대식 건물 등이 그 형태를 유지하면서 완전히 다른 내용의 공간으로 탈바꿈되고 있다.

포경산업이 한창이던 그때, 선원들로 붐볐던 울산 장생포의 신진여인숙은 오랜시간 멈춰져 있다가 1, 2층 30여개의 방 그리고 부엌, 옥상과 마당 전체가 청년창작자들에 의해 거대한 ‘예술 공간’이 되었다.

울산의 청년창작자 28개 팀이 이 곳에서 약 3주간 실험적 창작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미술뿐 아니라 음악과 댄스, 스테츄마임까지 매우 다채롭다.

흥미로운 것은 여인숙에 꽉 차 있던 물건들을 예술적 도구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김민성(민토스)은 여인숙의 이불채를 옥상으로 올려 실로 꿰매는 작업을 했고, 이우수는 세월이 지나 색을 잃은 창문틀의 고추를 원래의 색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영상(프로젝션 맵핑)으로 표현하였다. 피아니스트 홍진표를 비롯해 뉴트럴 리비도, 엔티크루 등이 여인숙에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였다.

▲ 이우수, 1785번째 밤, 가변설치, 프로젝션 맵핑

각기 다른 장르의 창작자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작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신진여인숙 아트스테이-공간을 기억하는 실험적 활동’을 통해 청년창작자들은 공간이 주는 예술적 힘을 발휘해 향후 이 곳이 진정성 있는 청년창작자들의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신진여인숙(울산시 남구 장생포 고래로 5-15) 아트스테이 창생전이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오픈스튜디오 형식으로 진행되고, 청년창작자 네트워크파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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