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한 지진에 대한 추측성 발언
불필요한 논쟁으로 사회 갈등만 야기
지진피해 최소화에 머리 맞대야 할때

▲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지 14개월 여 만에 포항에서 또 다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지붕이 떨어져 내리고, 유리창이 깨지고, 상수도가 터졌으며, 담벼락이 넘어 지는 등 많은 재산 피해를 발생시켰고, 굉음과 흔들림에 시민들은 혼비백산했다.

지진규모는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보다 작았으나 진원의 깊이가 얕고 도심의 바로 밑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그 피해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상 초유로 수능이 연기되기까지 했다. 일부 수능시험장에서 시설 피해가 있었고, 다음 날에도 지진이 발생할 경우 수능을 정상적으로 치를 수 없을 것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전격적으로 수능 연기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사람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학생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일 수능을 위해 모든 것을 맞춰 왔는데 사회 전체를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결정이었다고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최근 발생한 두 가지 지진을 두고 뜨거운 논란이 가중돼 왔던 것은 바로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문제이다. 신고리 5호기와 6호기에 대한 공론화 결정이후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 가는 단계에서 또 다시 논쟁의 불씨를 당긴 것이다.

수능연기, 원전안전 등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과 갈등을 빚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지진의 예측이 불가능하다는데 있다. “한반도에 얼마나 큰 지진이 발생 할 수 있는가?” “이러한 규모의 지진이 언제 발생하게 될 것인가?” “수도권에도 경주와 포항에서 발생한 정도의 지진이 발생할까?” 이러한 질문에 정확한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지금 당장에는 아무도 없다는데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규모 7이상의 지진이 한반도에서 발생 할 수도 있다.”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하면 대규모 인명피해가 예상된다.” “지열발전소 건설이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추측성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한 논의가 우리 사회가 지진으로부터 피해를 줄이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를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두 차례의 연이은 지진으로 우리나라는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며, 지진에 대한 대비가 필수적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진에 대한 대비는 무엇이 있을까? 활성단층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고, 지진을 예측하거나 저감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주택을 포함한 시설물에 대한 내진 보강도 필요할 것이다. 대피소의 지정과 관리도 필요하고, 지진정보의 전파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교육과 훈련, 대응 매뉴얼 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원전에 대한 안전도 확고히 해야 한다. 이처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일이 많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지속해야 할 일도 참으로 많다.

물론 이러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발생 가능한 최대규모, 위험지역 규명, 발생 시기 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지진 발생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이 아니라 지진피해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수많은 일들에 대한 우선순위, 실행방안, 사회적 신뢰회복 및 갈등해소, 사회적으로 수용가능 한 피해의 규모 등 대비책과 관련된 일들이지 않을까.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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