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제주의 미술관

▲ 제주 왈종미술관 내부.

공공미술관 7곳 등 갤러리 즐비
‘아트 투어’ 제주여행 새 테마로
작가의 제주사랑 담긴 왈종미술관
다채로운 컬렉션 아라리오뮤지엄
‘물방울 화가’ 김창열 미술관까지
개성있는 전시공간들 발길 붙들어

재방문율 90%에 육박하는 제주. 누구나 알고 있는 멋진 경관은 다시 봐도 좋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연거푸 제주를 찾는 사람들은 자연에 감탄하고, 별미에 반하고, 그 곳의 설화와 역사에서 또다른 매력을 찾아낸다. 요즘엔 새로운 볼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제주섬 곳곳의 미술관을 찾아가는 ‘아트 투어’다.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기당미술관, 소암미술관, 추사관 등 제주에는 이미 7곳의 공공미술관이 운영되고 있다.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본태미술관, 이중섭미술관, 비토피아박물관 수·풍·석 등도 있다.

때마침 제주 가는 하늘길이 가까워졌다. 30일부터 에어부산의 울산~제주(하루 2회) 노선이 새롭게 시작되기 때문이다. 제주섬 곳곳 미술관을 테마로 또 한 번의 제주여행을 계획해 보자. 비교적 최근에 개관한 갤러리 몇 곳을 소개한다.

▲ 김창열 미술관 내부 모습.

◇백자 찻잔을 닮은 왈종미술관

왈종미술관은 이왈종(72) 화백의 이름을 따 지어졌다. 제주 서귀포시 동흥동 정방폭포 옆에서 2013년 초여름에 개관했다. 추계예술대 교수로 일하다 제주가 좋아 무작정 서귀포에 눌러앉은 지 20여 년 만이다. 미술관이 개관하던 날, 이 화백은 ‘20여 년 동안 나에게 행복을 주었던 서귀포에 작은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왈종미술관은 백자 찻잔을 닮았다. 외벽은 말갛고 환하다. 바닥 면적은 100평 정도, 높이는 3층이다. 관람객의 동선이 구석구석 이어지도록 이 화백이 직접 공간을 디자인했다. 자연 채광이 건물 내부로 들어오도록 큰 창을 많이 냈다. 자신의 그림을 보여줄 곳이라, 작가 스스로 공을 들였고 이를 건축가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아예 백자 도자기로 구워가며 설명했다고 한다.

미술관의 작품들은 작가의 제주사랑이 얼마나 깊은 지 보여준다. 대표작은 ‘제주생활의 중도’ 연작들. 그림의 배경은 주로 ‘골프장’이다. 작가는 그 속에 꽃과 새들이 계절없이 흐드러지는 남국의 정서를 풀어낸다. 다양한 인간군상이 유머러스하고 정겹다. 꽃과 새·노루·강아지도 등장한다.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노(老) 작가의 그림 속 세상에서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 같다.

미술관 관람은 ‘옥상’에서 화룡점정을 이룬다. 새하얗고 비좁은 계단을 밟고 올라서면 서귀포 앞바다 섶섬, 문섬, 새섬이 차례로 반겨준다.

▲ 제주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에 설치된 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의 작품‘배가 싣고 있는 것을 강을 알지 못한다’.

◇‘거장’을 담은 김창열 미술관

최근에는 당대 최고의 작가를 만날 수 있는 미술관이 하나 더 생겼다. 물방울 하나로 세계 화단에 이름을 떨친 한국 현대미술사의 거목 김창열(88) 화백이다.

김 화백은 서울대 미대에서 공부한 뒤 미국 뉴욕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1969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정착했다. 지금의 그를 있게 한 ‘물방울’은 1972년 살롱전에서 첫 선을 보였다. 그는 그 후 40여년 간 물방울을 소재로 작업한다. 누군가 그에게 ‘왜 물방울만 그리느냐’고 물었다. 노 화백이 대답했다. “다른 건 그릴 줄 모르니까요.”

1년 2개월 전,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문화예술인마을에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평남 맹산 출신인 그는 한국전쟁 당시 1년 6개월 간 제주에서 피란했고, 이후 제주를 늘 ‘제2의 고향’으로 여겼다고 한다.

미술관은 김 화백의 예술세계를 한눈에 보여준다. 그는 미술관을 위해 자신의 대표작과 주요작품 220점을 기증했다.

▲ 이왈종 작가의‘제주생활의 중도’사진=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신전 혹은 무덤 같으면 좋겠다’는 김 화백의 요청에 따라 미술관 외벽은 나뭇결 문양의 검회색 콘크리트로 마감됐다. 빛이 반사시키는 물의 중정은 ‘물방울 화가’의 작품세계를 반영했다. 수장고도 전시의 일부처럼 보이도록 했다. 기획전시실, 상설전시실, 특별전시실, 교육실과 야외무대, 아트숍, 카페테리아도 갖추고 있다.

현재는 개관 1주년 기념전 ‘김창열과 그의 친구들 7080’이 진행되고 있다. 백남준·박서보·윤형근·이우환·정상화·정창섭·하종현의 70·80년대 작품들이 ‘물방울’과 나란히 걸려있다. 전시는 내년 1월31일까지.

◇미술계 큰 손이 만든 아라리오뮤지엄

제주의 도심에는 아라리오뮤지엄도 있다. 3700여 점의 현대미술 컬렉션을 갖춘 미술계의 큰 손, 김창일 (주)아라리오 회장이 지난 2014년 천안과 서울만으로는 부족해 제주시에도 공간을 마련했다.

제주시 북쪽 해안변 탑동로에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지하1층~지상5층), 아라리오뮤지엄 탑동바이크샵(지하1층~지상3층), 산지로의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지하1층~지상5층) 3곳을 한꺼번에 개관한 것이다. 건물 구입비는 약 30억원, 리모델링에는 70억원 이상이 들어갔다고 한다.

▲ 홍영진 기자 문화부장

세 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늘면서 ‘아라리오 로드’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 중 메인공간이라 할 수 있는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는 영화관을 개조해 만들었다.

우고 론디노네, 코헤이 나와, 앤디 워홀 등 각 층마다 개성 강한 해외작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중국작가 장환의 ‘영웅 No.2’, 인도작가 수보드 굽타의 ‘배가 싣고 있는 것을 강을 알지 못한다’ 등 20m가 넘는 초대형이자 국내 처음 공개되는 작품도 적지않다. 홍영진 기자 문화부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